BLOG ARTICLE BookToniC | 112 ARTICLE FOUND

  1. 2011.06.01 두고 온 집.
  2. 2011.05.29 정확성.
  3. 2011.05.23 초원의 빛.

두고 온 집.

BookToniC 2011. 6. 1. 04:01

오래 너에게 가지 못했어.
네가 춥겠다, 생각하니 나도 추워.
문풍지를 뜯지 말 걸 그랬어.
나의 여름은 너의 겨울을 헤아리지 못해
속수무책 너는 바람을 맞고 있겠지.
자아, 받아!
싸늘하게 식었을 아궁이에
땔감을 던져넣을 테니.
지금이라도 불을 지필 테니.
아궁이에서 잠자던 나방이 놀라 날아오르고
눅눅한 땔감에선 연기가 피어올라.
그런데 왜 자꾸 불이 꺼지지?
아궁이 속처럼 네가 어둡겠다, 생각하니
나도 어두워져.
전깃불이라도 켜놓고 올 걸 그랬어.
그래도 이것만은 기억해.
불을 지펴도 녹지 않는 얼음조각처럼
나는 오늘 너를 품고 있어.
봄꿩이 밝은 곳으로 날아갈 때까지.

- 나희덕, 야생사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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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성.

BookToniC 2011. 5. 29. 04:32

수학에 대한 대중적인 설명들은 흔히 수학이 강박적으로 확실성과 증명에 매달린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학자들도 종종 정확성을 추구하는 자신들을 비꼬는 농담을 한다.

그러나 정확성의 추구는 목적 그 자체 이상이다.

정확성은 일상 경험을 벗어난 대상들에 관해서 의미있게 추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정확성은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한 수단이다.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존재할 수 있는 것을 탐구하려면 정확성이 필수적이다.

- 푸앵카레의 추측, 도널 오셔,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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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빛.

BookToniC 2011. 5. 23. 07:17

그때가 유월이었던가요
당신이 나를 슬쩍 밀었던가요
그래서 풀밭에 덜렁 누웠던 것인데
초록이 나를 때렸죠
등짝에 찰싹, 초록 풀물이 들었죠

나는 왠지 모를 눈물이 핑 돌아
벌떡 일어나, 그 너른
풀밭을 마구 달렸죠
초록 신발이 벗겨지는 것도 몰랐죠
숨은 가쁘고 바람에 머리는 헝클어졌죠
나는 그때, 거의, 사랑에 붙잡힐 뻔했죠

언덕에서 느릅나무는 이 모든 걸 보고 있었죠
한낮의 열기 속에서
초록은 꽁지 짧은 새들을 때렸죠
키 작은 제비꽃들도 때렸죠
더 짙고 아득한 곳으로 질주하는
한줄기 어떤 청춘의 빛이 있었죠

-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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