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집.

BookToniC 2011. 6. 1. 04:01

오래 너에게 가지 못했어.
네가 춥겠다, 생각하니 나도 추워.
문풍지를 뜯지 말 걸 그랬어.
나의 여름은 너의 겨울을 헤아리지 못해
속수무책 너는 바람을 맞고 있겠지.
자아, 받아!
싸늘하게 식었을 아궁이에
땔감을 던져넣을 테니.
지금이라도 불을 지필 테니.
아궁이에서 잠자던 나방이 놀라 날아오르고
눅눅한 땔감에선 연기가 피어올라.
그런데 왜 자꾸 불이 꺼지지?
아궁이 속처럼 네가 어둡겠다, 생각하니
나도 어두워져.
전깃불이라도 켜놓고 올 걸 그랬어.
그래도 이것만은 기억해.
불을 지펴도 녹지 않는 얼음조각처럼
나는 오늘 너를 품고 있어.
봄꿩이 밝은 곳으로 날아갈 때까지.

- 나희덕, 야생사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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