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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2 손톱.
  2. 2011.07.07 삼삼하다.
  3. 2011.07.01 그리움.

손톱.

BookToniC 2011. 7. 12. 22:58

손톱은, 발톱과 함께, 사람 살갗에서 가장 별난 부분이다. 살갗은 얼마쯤 물렁하게 마련이지만, 손톱과 발톱은 딱딱한 각질이다. 그것들은 이齒牙와 함께, 사람의 외관에서 드물게 광물성 이미지를 지닌 기관이다. 솔톱과 발톱을 통해, 사람과 게와 딱정벌레 사이의 먼 거리가 문득 좁혀진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먼 거리도 그렇다. 손톱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지구생물계의 일원임을, 더 나아가 무생물 자연계와도 깊이 이어져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몸이 바닷가의 조가비나 조약돌과 본질에서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 고종석, 어루만지다,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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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하다.

BookToniC 2011. 7. 7. 04:53

잊혀지지 않아 눈에 어리다. 암암하다. 그녀의 살품처럼.

- 고종석,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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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BookToniC 2011. 7. 1. 03:32

그립다는 그리다의 내적 침잠이다. 그리고 그리워하다의 고치이다. 명사 그리움, 또는 그립다의 명사형 그리움은, 그러므로, 그림의 내적 침잠이자 그리워함의 고치이다. 그 그리움은 결핍으로서의 사랑이다. 나는 네가 그립다를 네가 내게 결핍돼 있다라고 표현하는 프랑스인들은 그 점에서 더 직설적이고 고백적이다.

그리움은 또 금제로서의 사랑이자 박탈로서의 사랑이며 회한으로서의 사랑이자 격절로서의 사랑이다. 신경숙의 서늘한 고백에 따르면 "사랑은 점점 그리움이 되어갔다. 바로 옆에 있는 것, 손만 뻗으면 닿는 것을 그리워하진 않는다. 다가갈 수 없는 것, 금지된 것, 이제는 지나가버린 것,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향해 그리움은 솟아나는 법이다. ... 그리움과 친해지다보니 이제 그리움이 사랑 같다. 사랑이 와서, 우리들 삶 속으로 사랑이 와서, 그리움이 되었다."

그 마지막 문장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고 슬프다: 사랑이 와서, 우리들 삶 속으로 사랑이 와서, 그리움이 되었다.

- 고종석,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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