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BookToniC 2011. 7. 1. 03:32

그립다는 그리다의 내적 침잠이다. 그리고 그리워하다의 고치이다. 명사 그리움, 또는 그립다의 명사형 그리움은, 그러므로, 그림의 내적 침잠이자 그리워함의 고치이다. 그 그리움은 결핍으로서의 사랑이다. 나는 네가 그립다를 네가 내게 결핍돼 있다라고 표현하는 프랑스인들은 그 점에서 더 직설적이고 고백적이다.

그리움은 또 금제로서의 사랑이자 박탈로서의 사랑이며 회한으로서의 사랑이자 격절로서의 사랑이다. 신경숙의 서늘한 고백에 따르면 "사랑은 점점 그리움이 되어갔다. 바로 옆에 있는 것, 손만 뻗으면 닿는 것을 그리워하진 않는다. 다가갈 수 없는 것, 금지된 것, 이제는 지나가버린 것,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향해 그리움은 솟아나는 법이다. ... 그리움과 친해지다보니 이제 그리움이 사랑 같다. 사랑이 와서, 우리들 삶 속으로 사랑이 와서, 그리움이 되었다."

그 마지막 문장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고 슬프다: 사랑이 와서, 우리들 삶 속으로 사랑이 와서, 그리움이 되었다.

- 고종석,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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