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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2 난중일기.
  2. 2008.09.10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3. 2008.09.09 조그만 사람.

난중일기.

BookToniC 2008. 9. 12. 22:12


체력육성 수업이 2주째 연이어 휴강을 했다. (참고로 개강한지 2주 되었다.)
뜻하지 않게 주어진 시간을 밥을 먹고, 도서관에서 몇몇 책들을 뒤적거리는데 썼다.

그 중의 하나가 이순신의 난중일기.

말 그대로 '일기' 이고, 박 모 장군님처럼 임진왜란과 이 분의 행적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라. 길게 붙잡고 있지는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몇 구절이 있어서 옮겨 놓았다. 원균에 대한 기록이다.

술을 두어 순 배 돌리자, 영남 우수사 원균이 나타나서 술을 함부로 마시고 못 할 말이 없으니, 배 안의 모든 장별들이 분개하지 않는 이가 없다. (계사년 5월 14일)

제사 음식을 대접하는데, 경상 우수사 원균이 술을 먹겠다고 하기에 조금 주었더니, 잔뜩 취해 망발하며 음흉하고도 도리에 어긋난 말을 하는 것이 해괴하기도 하다. (계사년 8월 26일)

맑다. 경상 우수사 원균이 오다. 음흉하고 간사한 말을 많이 내뱉으니 몹시도 해괴하다. (계사년 8월 28일)

술 열 잔을 마시니 취해 미친 말을 많이 하다. 우습다. (갑오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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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면 자신의 문체를 주의 깊게 살펴 보라. 거울보다 더 투명하게 자신을 비춰줄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지금과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면, 문체를 바꾸면 된다. 거꾸로, 문체를 바꾸고 싶으면 모름지기 표정을 몸을 삶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호모 쿵푸스, 고미숙, 2007


공교롭게도 대학교의 마지막 학기에야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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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사람.

Pooongkyung 2008. 9. 9. 19:37

조그만 사람이 있다.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을 만큼 커서 세상의 반쯤은 담을 수 있다는 눈이나, 그 누구의 의견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넓적한 귀를 가졌다는 그의 목소리는 유감스럽게도 그의 바로 곁에 있는 한둘에게나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면 채 한뼘이나 될까말까한 그는 그의 존재감을 표시하기 위해 한껏 두 팔을 휘두르고 있는데, 멀리서 보는 이에게는 어항에 빠져 허우적대는 귀뚜라미를 보는 듯한 안타까움을 자아낼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목에 걸려 있는 명찰 같은 것이다. 검지손가락 한마디만한 그의 명찰에 일미리의 공간도 남김없이 가득 채워 적혀 있는 것은 그의 '나이'다. 그는 언제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든, 친하다는 사람에게든,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든 일단 명찰을 내밀고 보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그 글씨가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의 몸이 너무나 조그마해서, 그의 몸에 걸치는 명찰의 크기마저 제한적이기에, 다른 사람에게는 그 명찰에 무엇이 적혔는지조차 불분명하다는 사실조차 그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의 명찰에는 때때로 남자라거나, 한국인이라거나, 무슨무슨 대학이름이 적히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고작 한 뼘이 채 못 된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건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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