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사람.

Pooongkyung 2008. 9. 9. 19:37

조그만 사람이 있다.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을 만큼 커서 세상의 반쯤은 담을 수 있다는 눈이나, 그 누구의 의견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넓적한 귀를 가졌다는 그의 목소리는 유감스럽게도 그의 바로 곁에 있는 한둘에게나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면 채 한뼘이나 될까말까한 그는 그의 존재감을 표시하기 위해 한껏 두 팔을 휘두르고 있는데, 멀리서 보는 이에게는 어항에 빠져 허우적대는 귀뚜라미를 보는 듯한 안타까움을 자아낼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목에 걸려 있는 명찰 같은 것이다. 검지손가락 한마디만한 그의 명찰에 일미리의 공간도 남김없이 가득 채워 적혀 있는 것은 그의 '나이'다. 그는 언제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든, 친하다는 사람에게든,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든 일단 명찰을 내밀고 보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그 글씨가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의 몸이 너무나 조그마해서, 그의 몸에 걸치는 명찰의 크기마저 제한적이기에, 다른 사람에게는 그 명찰에 무엇이 적혔는지조차 불분명하다는 사실조차 그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의 명찰에는 때때로 남자라거나, 한국인이라거나, 무슨무슨 대학이름이 적히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고작 한 뼘이 채 못 된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건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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