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상처는 두렵지 않다. 내가 형편없는 녀석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쓰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다. 아픔도 사랑도 결코 반성을 모르고 반복된다. 어쩌면, 그거면 됐다.
BLOG ARTICLE Pooongkyung | 82 ARTICLE FOUND
이제 상처는 두렵지 않다. 내가 형편없는 녀석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쓰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다. 아픔도 사랑도 결코 반성을 모르고 반복된다. 어쩌면, 그거면 됐다.
배가 가라앉아 물이 차오르고 있었고, 얼굴만 겨우 내놓을 손뼘만한 틈을 통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곳이 어디이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었고 허우적거리는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 내 팔을 꽉 붙들었고 나는 헉헉대며 울었다. 꿈이란 걸 알았지만, 꿈이란 걸 알아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어나 혼자 한참을 먹먹하게 울었다.
그 아이들은 먼 바다를 헤매다 서울을 찾고 기어이 시카고를 찾아와, 다시 내게 깃들고 다시 내가 되었다.
며칠 동안,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질문이 있었다. 답답해서, 어쩌다 새벽에 깨면 계속 얼러서 별 수 없이 책상 앞에 앉곤 했는데.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혼잣말처럼 그분께 얘기해 보았다. 알량한 인스턴트 신자에게 응답이 있을리 만무했고, 혼자 시름이 깊어져 오늘은 학원 끝나고 교보문고 종교칸에나 가볼까 하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학원 선생님과의 대화가 길어졌고 저녁에 커피까지 하게 되었던 거다. 그리고,
묘하게도 그의 입을 통해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었다. 특별히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한 얘기가 그거였다. 솔직히 좀 놀랐고, 갸웃거렸고, 문득 순식간에 많은 것들이 이해되었고, 받아들여졌다. 어디를 향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감사하다, 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