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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6 soulmate.
  2. 2011.06.05 오소영 콘서트 메모.
  3. 2011.06.03 생활의 발견.

soulmate.

MusicToniC 2011. 6. 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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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4. 오소영 단독공연 @ 산울림소극장

어쿠스틱기타, 보컬 : 오소영
건반 : 김태수
오보에, 플룻, 코러스 : 이소림
첼로 : 주현수

1부
1. 바람
2. 어디라도
3. 떠돌이
4. 돌이킬 수 없는
5. 그만 그 말 그만
6. 아무도 모르게(with 솜)

Guest : 솜

2부
7. 기억상실
8. 잊고싶어
9. 난 외로워요(여름 ver.)
10. Happy People
11. Soulmate
12. 끝없는 날들

앵콜
13.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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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 전에는 이 공연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올 것인지 전혀 감이 없었다. 그래서 예사 다른 자유석 공연들처럼, 한시간 일찍 가서 티켓팅 하고, 슬금슬금 눈치도 보며 부산을 떨었지만, 막상 공연 시작 40분 전이 될 때까지 몇사람 오지 않아 적잖이 안도(?)했다. 일찌감치 무대 오른편 맨앞자리에 앉아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나는 이 콘서트를 왜 그렇게 기다렸을까. 사실 공연 예매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그러니까 오소영씨의 홈페이지에서 6월 4일에 단독콘서트가 있을 거라는 공지를 확인한 그 순간부터. 나는 열병을 앓듯, 이 날을, 이 시간을 기다렸다. 어둠이 커튼처럼 덮였던 캄캄한 밤이면, 장석남의 정원에서보다, 문태준의 새집에서보다 더 오랜 시간을 그녀의 노래와 함께 했고 그래서 적잖이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소영씨의 공연이라면 '당연히 가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첫사랑과의 재회처럼 설레며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공연은, 그녀의 말을 그대로 옮겨 데뷔무대로부터 꼭 10년이 흐른 2011년 6월의 오소영 콘서트는 꼭 마음에 들었다. 가만가만 가랑비처럼, 마냥 즐겁지만도 슬프지만도 외롭지만도 않은 마음을 기억을 오늘을 흠뻑 적셔 주었다. 고독을 이해하고, 다정스럽게 쓰다듬을 줄 알고, 토로하고, 그러나 징징대지 않는 노래를 쓰고 부르는 가수가 있어 다행이다. 

다른 가수들의 공연에 비하면 유독 정적이 많고, 관객들의 열띤 호응이 낯설 정도로 조용한 무대였으나, 사실 그게 그녀다운 것이고, 그녀의 노래에서 위안을 받았던 많은 이들에겐 오히려 익숙한 풍경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오소영의 가사와 선율은 듣는 이를 지난 날의 따가운 기억 속, 그러니까 그날의 너의 앞으로 나를 데려가기 때문이다. 그날의 기억은 아물지 않는 상처를 건드리고, 그 상처를 문지르거나 최소한 일별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노래와 노래 사이의 정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오소영씨, 1부 때 관객들의 얌전한 반응조차도 당신의 노래에 대한 관객들 나름의 의미있는 반응이었단 걸 이해해 주었으면. 그걸 조금 아쉬워 하는 것 같아서 나도 얼떨결에 미안해지고 그랬었다. 

약 두시간 동안, 나는 그녀의 노래 속에서 또다시 고독하고, 상처입고, 다시 일어나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마쳤다. 그녀가 노래를 멈추지 않는 한, 나는 쉽게 쓰러지거나 도망치거나 마냥 주저않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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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Pooongkyung 2011. 6. 3. 00:07

기타 선생이 기말실기시험을 앞둔 중딩 아해들에게 온 정신을 쏟느라, 선생의 관심으로부터 깨끗이 잊혀진 나는 지난주 배운 도레미파솔라시도만 주구장창 반복해 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학원까지 차를 태워준 선임은 테니스 치고 집에 들렀다가 10시 반에야 숙소에 들어가겠다고 미리 이야기를 해놓은 터였다. 선임이 나올 동안 나는 카페 가서 간만에 유유자적 하고 있기로. 그래서 가방에는 숙소에서 챙겨나온 서동진의 책과 이병률의 시집이 들어 있었는데,

어쩐지 허전하다 싶어 주머니를 뒤적거려보니 잡히는 게 없었다. 가방을 열어봐도 마찬가지. 그때에서야 머리를 때리는, 숙소 서랍속에 고이 모셔둔 지갑의 잔상. 이때 시간이 8시.

길 한가운데서 멋쩍게 웃고 있다가, 가까이 있는 아파트 촌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건 말 그대로 대책없이 헤매는 셈이라, 발 가는 대로 몸 가고 한참 뒤에 마음이 헐레벌떡 뒤따라가는 식이었는데, 그렇게 한참 동안 낯선 동네 여기저기를 굴러다녔다. 그러다 나는 생활을 만나는데,

이제 막 퇴근한 가장의 아반떼 본네트에서 전해지는 온기, 떡볶이컵 속에 나무꼬치를 찌르는데 여념이 없는 도복 입은 단발머리 소녀의 발걸음, 두껍아 두껍아 헌집줄께 노래에 맞춰 까만 고무줄을 넘는데 열중한 아이의 미간의 찌푸림과 그 옆에서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자지러듯이 웃는 꼬마아이, 이들을 지켜보는 엄마의 입가에 물든 잔잔한 미소와 깊은 눈주름, 달그락거리는 그릇소리와 은근하게 코끝을 자극하는 밥냄새. 그러니까, 생활의 냄새, 이 생활의 풍경.

나는 한 때 그것이 나에게는 과분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김수영이 언제나 애태우던 것이어서, 그것만으론 지극히 무미할 것만 같아서 먼 곳에만 두고 싶었던 이 생활이 아이의 걸음처럼 아장아장 다가와 가만히 내 손을 잡았네.

그리고 발걸음이 멈춘 한적한 놀이터 어귀에서, 그네에 매달려 한참을 멍때리고 있었다. 그러다 밀린 문자에 답을 하고, 그러다 콘서트를 함께 볼 사람을 찾고, 그리운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낙서하고 다시 멍때리고. 그러다 훌쩍 10시 반이 되고, 선임의 차가 보이고, 나는 다시 가방을 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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