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4. 오소영 단독공연 @ 산울림소극장

어쿠스틱기타, 보컬 : 오소영
건반 : 김태수
오보에, 플룻, 코러스 : 이소림
첼로 : 주현수

1부
1. 바람
2. 어디라도
3. 떠돌이
4. 돌이킬 수 없는
5. 그만 그 말 그만
6. 아무도 모르게(with 솜)

Guest : 솜

2부
7. 기억상실
8. 잊고싶어
9. 난 외로워요(여름 ver.)
10. Happy People
11. Soulmate
12. 끝없는 날들

앵콜
13. 숲

----------------------------------------------------------------------------------

공연 시작 전에는 이 공연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올 것인지 전혀 감이 없었다. 그래서 예사 다른 자유석 공연들처럼, 한시간 일찍 가서 티켓팅 하고, 슬금슬금 눈치도 보며 부산을 떨었지만, 막상 공연 시작 40분 전이 될 때까지 몇사람 오지 않아 적잖이 안도(?)했다. 일찌감치 무대 오른편 맨앞자리에 앉아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나는 이 콘서트를 왜 그렇게 기다렸을까. 사실 공연 예매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그러니까 오소영씨의 홈페이지에서 6월 4일에 단독콘서트가 있을 거라는 공지를 확인한 그 순간부터. 나는 열병을 앓듯, 이 날을, 이 시간을 기다렸다. 어둠이 커튼처럼 덮였던 캄캄한 밤이면, 장석남의 정원에서보다, 문태준의 새집에서보다 더 오랜 시간을 그녀의 노래와 함께 했고 그래서 적잖이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소영씨의 공연이라면 '당연히 가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첫사랑과의 재회처럼 설레며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공연은, 그녀의 말을 그대로 옮겨 데뷔무대로부터 꼭 10년이 흐른 2011년 6월의 오소영 콘서트는 꼭 마음에 들었다. 가만가만 가랑비처럼, 마냥 즐겁지만도 슬프지만도 외롭지만도 않은 마음을 기억을 오늘을 흠뻑 적셔 주었다. 고독을 이해하고, 다정스럽게 쓰다듬을 줄 알고, 토로하고, 그러나 징징대지 않는 노래를 쓰고 부르는 가수가 있어 다행이다. 

다른 가수들의 공연에 비하면 유독 정적이 많고, 관객들의 열띤 호응이 낯설 정도로 조용한 무대였으나, 사실 그게 그녀다운 것이고, 그녀의 노래에서 위안을 받았던 많은 이들에겐 오히려 익숙한 풍경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오소영의 가사와 선율은 듣는 이를 지난 날의 따가운 기억 속, 그러니까 그날의 너의 앞으로 나를 데려가기 때문이다. 그날의 기억은 아물지 않는 상처를 건드리고, 그 상처를 문지르거나 최소한 일별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노래와 노래 사이의 정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오소영씨, 1부 때 관객들의 얌전한 반응조차도 당신의 노래에 대한 관객들 나름의 의미있는 반응이었단 걸 이해해 주었으면. 그걸 조금 아쉬워 하는 것 같아서 나도 얼떨결에 미안해지고 그랬었다. 

약 두시간 동안, 나는 그녀의 노래 속에서 또다시 고독하고, 상처입고, 다시 일어나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마쳤다. 그녀가 노래를 멈추지 않는 한, 나는 쉽게 쓰러지거나 도망치거나 마냥 주저않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