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 딸애가 자면서 울고 있다
돌아누운 등이 풀썩풀썩 내려앉을 때마다
애처로운 고양이 한 마리 한껏 젖어
갓난아기 적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울지 마 아가 괜찮아 괜찮아
꿈에 나는 여름 아침 일곱살이네
낯선 외출을 준비하는 서른아홉의 엄마가 끓여준 새우죽은 맛도 좋았건만
아버지는 여전히 역정을 내시고
엄마 없는 아침은 금방 저물어
저물어서야 입학식에 가려고 비탈길을 달려내려가네
길 끝 오래 산 나무들이 거느린 첩첩의 물가
그처럼 깊은 풍경을 본 적 없어 훌쩍이며 울고 말았네
생시의 딸이자 생시에도 없는 여동생이 방학이라며 신나게 달려내려와 오른쪽 길로 달려가고
달려내려오던 여선생님이 들썩이는 내 어깨를 쓰다음고는 다시 오른쪽 길로 달려나게
왼쪽 비탈 아래 눈 쌓인 등성이로 노을이 드네
털목도리를 두른 낯익은 사람들이 봄소풍을 오르네
꿈에도 그처럼 부시게 저무는 풍경을 본 적이 없어
팔짝팔짝 뛰며 울고 있는 나를
괜찮아 엄마 괜찮아 새우깡 냄새를 풍기는 한 손이 꿈밖에서 다독이네
엿보아서는 안될 꿈을 엿본 일곱살 적 꿈만 같아
어쩌면 나는 곧 죽을 것도 같았네
생각해보면,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제 몸 밖에 빗장을 걸어잠근
내 처음 아이
늘 늑골 속에서 울고 있다
사랑이 시작될 때도 그렇게 울었으리라
제 늑골에 비탈길을 내는 눈물에 의지해
제 늑골을 다독이는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치며
괜찮아 아가 다 괜찮아 언제나
짜디짠 서말 닷되의 진땀을 흘리며 울고 있다
잘 익은 시에서 풀썩이는 숨소리가 들리는 이유
모든 숨에 소금기가 배어나는 이유
- 정끝별, <와락>,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