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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24 이말삼초, 사회 초년생 혹은.
  2. 2013.07.17 에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3. 2013.07.09 옛 노트에서. 2

이말삼초, 사회 초년생 혹은 이제 막 ‘돈의 무서움’을 깨닫는 이들이 유독 힘든 이유는 이들에게 아직 괴로운 것을 괴롭다고 느낄 통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비정상을 비정상이라고 인지하고 부당함을 부당함으로 인지하는 능력, 아직 생계에 쫓기기 전에는 우리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던 감각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살기 위해선 그 감각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깊은 좌절과 슬픔을 느끼기 때문이다. 정말 슬픈 존재는 아파하는 이들일까, 아니면 아프다는 감각조차 잃은 이들일까.

- 김효진, "<안티 레이디> 이말삼초, 일도 사랑도 날 안택해준다", 만화가게 아가씨


가을방학과 안티 레이디, 한가하게 한가한 수요일 저녁. 이말삼초, 나와 네가 걷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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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려워.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또는 무슨 잘못된 말을 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고 그냥 허공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게."


에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역을 만드는 일하고 마찬가지야. 그게, 예를 들어 아주 중요한 의미나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약간의 잘못으로 전부 망쳐져 버리거나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어. 설령 완전하지 않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역은 완성되어야 해. 그렇지? 역이 없으면 전차는 거기 멈출 수 없으니까.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맞이할 수도 없으니까. 만일 뭔가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필요에 따라 나중에 고치면 되는 거야. 먼저 역을 만들어. 그 여자를 위한 특별한 역을 볼일이 없어도 전차가 저도 모르게 멈추고 싶어 할 만한 역을. 그런 역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거기에 구체적인 색과 형태를 주는 거야. 그리고 못으로 네 이름을 토대에 새기고 생명을 불어넣는 거야. 너한테는 그런 힘이 있어. 생각해 봐. 차가운 밤바다를 혼자서 헤엄쳐 건넜잖아."


-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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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노트에서.

BookToniC 2013. 7. 9. 10:20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 장석남,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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