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야기.

BookToniC 2013. 1. 12. 22:55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내가 살아 있고, 내가 나쁘다는 걸
모두들 압니다. 그렇지만
그 시작이나 끝은 모르지요.
어쨌든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나의 형이상학적 
공기 속에는 빈 공간이 있습니다.
아무도 이 공기를 마셔서는 안 됩니다.
불꽃으로 말했던
침묵이 갇힌 곳.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형제여, 들어보세요, 잘 들어봐요.
좋습니다. 1월을 두고
12월만 가져가면 
안 됩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니까요.

모두들 압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내가 먹고 있음을..... 그러나,
캄캄한 관에서 나오는 무미한
나의 시 속에서
사막의 불가사의인 스핑크스를 휘감는
해묵은 바람이 왜 우는지를 
아무도 모릅니다.

모두들 아는데..... 그러나 빛이
페병 환자라는 건 모릅니다.
어둠이 통통하다는 것도.......
신비의 세계가 그들의 종착점이라는 것도.......
그 신비의 세계는 구성지게
노래하는 곱사등이이고, 정오가 죽음의 경계선을
지나가는 걸 멀리서도 알려준다는 것을 모릅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아주 아픈 날.

세자르 바예호/고혜선 옮김,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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