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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9 good night.
  2. 2011.05.18 그런가요. 2
  3. 2011.05.18 물방울들.

good night.

MusicToniC 2011. 5. 1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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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Pooongkyung 2011. 5. 18. 23:19

연구원님은 마지막 남은 피자 조각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말을 이었다.

첫 아이를 받아 본 순간, 내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아이가 내 아이일까, 였어요. 자책했죠. 그 사람이 그러지 않았을 거란걸 알면서도,
전 그 생각에 한참 동안 빠져 있었어요. 나쁜 놈 같죠. 그런데 나중에 친구들이랑 얘기해보니까,
그 애들도 그랬다는 거예요. 제가 특별한 게 아니었어요. 그런 생각,
아이 있는 남자라면 다들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가요.

그럼요. 그리고 임신을 하잖아요. 출산 후까지 따지면, 1년 동안 관계를 못 가진다구요.
그걸 참을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요? 90%는 딴 길로 샌다고요. 딴 길로 새지 않은 친구가,
없더라고요. 부인 있는 남자라면, 다들 하고 있더라고요.

아.

성욕과 감정이란 게 그렇잖아요. 그걸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얼마나 잘 속이냐, 없는 것처럼, 없었던 것처럼, 그게 문제지. 나이 들면서 느끼고 있는 거 아니에요?

아,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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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들.

BookToniC 2011. 5. 18. 21:09

그가 사라지자
사방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물때 낀 낡은 씽크대 위로
똑,똑,똑,똑,똑.....
쉴새없이 떨어져내리는 물방울들

삶의 누수를 알리는 신호음에
마른 나무뿌리를 대듯 귀를 기울인다

문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발소리 같기도 하고
때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같기도 한

물소리

물방울 속에서 한 아이가 울고
물방울 속에서 수국이 피고
물방울 속에서 빨간 금붕어가 죽고
물방울 속에서 그릇이 깨지고
물방울 속에서 싸락눈이 내리고
물방울 속에서 사과가 익고
물방울 속에서 노랫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물관을 타고 올라와
빈방의 침묵을 적시는 물방울들은
글썽이는 눈망울로 요람을 흔들어준다
내 심장도 물방울을 닮아간다

똑,똑,똑,똑,똑,똑.....
빈혈의 시간으로 흘러드는 낯선 핏방울들

- 나희덕, 야생사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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