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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2 같은 이야기.
  2. 2012.12.14 나의 사회학에는.
  3. 2012.04.11 4월 11일 오전.

같은 이야기.

BookToniC 2013. 1. 12. 22:55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내가 살아 있고, 내가 나쁘다는 걸
모두들 압니다. 그렇지만
그 시작이나 끝은 모르지요.
어쨌든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나의 형이상학적 
공기 속에는 빈 공간이 있습니다.
아무도 이 공기를 마셔서는 안 됩니다.
불꽃으로 말했던
침묵이 갇힌 곳.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형제여, 들어보세요, 잘 들어봐요.
좋습니다. 1월을 두고
12월만 가져가면 
안 됩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니까요.

모두들 압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내가 먹고 있음을..... 그러나,
캄캄한 관에서 나오는 무미한
나의 시 속에서
사막의 불가사의인 스핑크스를 휘감는
해묵은 바람이 왜 우는지를 
아무도 모릅니다.

모두들 아는데..... 그러나 빛이
페병 환자라는 건 모릅니다.
어둠이 통통하다는 것도.......
신비의 세계가 그들의 종착점이라는 것도.......
그 신비의 세계는 구성지게
노래하는 곱사등이이고, 정오가 죽음의 경계선을
지나가는 걸 멀리서도 알려준다는 것을 모릅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아주 아픈 날.

세자르 바예호/고혜선 옮김,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문학과 지성사


AND

나의 사회학에는.

Pooongkyung 2012. 12. 14. 23:23


강연을 듣는 내내 네 생각이 났다. 강연 제목은 '나의 사회학 생각'이었는데, 들으며, 자연스럽게 청자인 '나'의 사회학으로 생각이 옮겨지고, 그리고 네 생각을 했다. 나를 이 낯선 땅으로 데려온 네 생각을 한참 했다. 네가 내 옆자리에서, 또는 앞자리에서 함께 강연을 듣는 상상을 했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드는 네 모습을 그려보았다. 모든 사람이 빠져 나간 뒤 빈 강의실에 멍한 얼굴로 남은 너를, 그리고 나를 그려보았다. 그건 아주 어색한 그림은 아니었는데,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익숙한 그림이 될 수가 없음을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그저 캄캄히 네 이름을 불러보았다. 나의 사회학에는 언제나 네가 있을 테니까, 언젠가 먼 훗날에 나는 네 이름을 조금은 더 큰 목소리로 부를 수 있을 테니까. 조금은 덜 외로워 해야 한다, 친구야. 나의 사회학에는 언제나 네가 있을 테니까. 조금은 덜 외로워 해야겠지, 나의 친구야.

AND

4월 11일 오전.

Pooongkyung 2012. 4. 11. 10:51

오늘은 한국 사회에서 국가의 정당한 권위의 회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날인데, 들려오는 건 암울한 이야기 뿐이다. 투표율이 예상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는 특히 공적 문제를 공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이 공동체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가늠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한국사회는 공동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부끄럽게도, 공적 영역에 특정한 개인 또는 집단의 사익이 개입하는 것을, 국가의 이름으로 때론 가족의 이름으로 용납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 한국문화 코드 저변에는, 공적인 방법으로는 하다하다 안 되어서 공적문제를 사적으로 해결하려는 개인의 시도가 깊숙이 깔려있다. 윤종빈의 "범죄와의 전쟁", 강풀의 "26년"을 보라. 정당성을 결여한 국가에 대한 일상적이고, 직접적인 분노가 따갑게 드러나 있다. 차라리 사적 해결이라도 해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그러나 공적 문제는 공적인 장에서 공적인 절차를 통해 풀어야 한다. 그게 원칙이다. 공적 문제의 사적 해결이 지속되는 이상, 누가 집권하고 말고를 떠나서 이 땅에 공동체란 허울뿐인 이름으로 존재할 것이다. 투표는 가장 직관적인 공적 문제 해결의 장인데, 투표율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그 답을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부디, 상상에서만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