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고여덟 살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몰래 잼을 훔쳐먹었다. 잼이 없어진 사실이 발각되었을 때 형 중의 한 명이 의심을 받았는데도 나는 자수해서 형의 결백을 밝히지 않았다. 결국 범인이 나라는 게 밝혀져 나는 벌을 받았다.
"벌로 너는 가족 파티에 참석하지 못한다."
아주 부자여서 기막힌 장난감들이 넘쳐나는 사촌 집에서 모이는 파티였다. 저녁이 되어 가족들이 돌아왔을 때 형이 내게로 달려오더니 신이 나서 말했다.
"진짜 신났어. 기막힌 장난감도 있고..."
- 그 말에 빈정대며 응수하던 내 목소리가 마치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인 양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좋으면 뭐 해. 내가 안 갔는데?"
그렇게 말한 뒤 나는 등을 돌리고 나와버렸다. 잠시 후 아버지께서 오셔서 내 손을 잡고는 야단을 치지도 벌을 주지도 않고 나를 방으로 데려가시더니 근심어린 슬픈 표정으로 그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좀전에 형에게 한 말을 들었다. 그런 끔찍한 말이 어딨느냐. 너는 너밖에 모르느냐? 너는 다른 사람이 행복한 걸 보고 기뻐해줄 줄 모른단 말이냐?"
그 말을 듣자 나는 순식간에 한 세계가 무너지고 다른 세계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의 슬픔과 근심에서 나는 사랑과 선의와 분배라는 새로운 차원의 '현실'을 보았다.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네가 고통받으면 나도 고통받는다,는 진리를 발견한 것이다.
- 피에르 신부, <단순한 기쁨>, 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