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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2 나는 희망에 관해 말하려고 한다.
  2. 2008.09.17 라틴아메리카 문학 필독서목록. 4
  3. 2008.09.12 난중일기.


나는 세사르 바예호로서 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인제 창조하는 인간으로서 괴로워하지 않으며, 한 인간으로서도, 심지어 살아 있는 존재로서 괴로워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천주교 신자니 회교도로서 또는 무신론자로서 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오늘 나는 그냥 아프다. 내 이름이 세사르 바예호가 아니더라도 나는 여전히 그걸 느낄 것이다. 내가 예술가가 아니어도 역시 그걸 느낄 것이다. 한 인간이 아니더라도, 심지어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더라도, 무신론자가 아니고 회교도가 아니더라도 나는 여전히 그걸 느낄 것이다. 오늘 나는 저 깊은 데서부터 아프다. 오늘 나는 그냥 아프다.

내 아픔은 설명할 길이 없다. 내 아픔은 너무 깊어서 원인이 있은 적이 없고, 원인이 있을 필요도 없다. 그 원인이 무엇일 수 있었을까? 그다지도 중대한 나머지 그 원인이기를 그친 그런 것이 어디 있을까? 그 원인은 무(無)이며, 무도 그 원인이 아닐 수 있다. 왜 이 아픔은 순전히 그 스스로 태어난 것일까? 내 고통은 북풍에서 오고 남풍에서도 온다, 어떤 희귀조가 바람을 배서 낳는 저 자웅동체의 알들처럼 내 신부가 죽었다고 해도 내 고통은 여전할 것이다. 그들이 내 목을 싹둑 베었다고 해도 내 고통은 여전하리라. 말을 바꿔서, 인생이 달랐다고 하더라도 내 고통은 똑같을 것이다. 오늘 나는 저 높은데서부터 아프다. 오늘 나는 그냥 아프다.

나는 배고픈 사람의 고통을 본다. 그리고 그의 배고픔은 내 고통에서 아주 먼 나머지 만일 내가 죽을 때가지 단식을 하더라도, 적어도 풀잎 하나는 내 무덤에서 항상 솟아나리라는 걸 나는 안다. 그리고 저 사랑하는 사람과도 그렇다! 원천도 쓸모도 없는 내 피에 비해, 그의 피는 너무도 풍요롭다.

나는 지금까지 줄곧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부모들이거나 자식들이어야 한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부모도 자식도 아닌 내 고통이 여기 있다. 그건 어두워지는 후면이 없고, 밝아지기에는 너무 강렬한 전면을 갖고 있으며, 만일 그걸 어두운 방에 넣으면, 그건 빛을 내지 않을 것이며, 그걸 불 밝은 방에 넣으면, 그건 무슨 그림자를 던지지도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든지 간에, 오늘 나는 아프다. 오늘 나는 그냥 아프다.

- 세사르 바예호 (1892~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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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씩 걷기로 한 처음의 마음을 되새겨, 이번 학기가 가기 전에 꼭 읽을 라틴아메리카 문학책들을 정리해 보았다. 하루에 한 두권 정도 읽을 속도는 되니 현실성이 아주 없는 목표는 아니다. 번호와는 관계 없이 '거미여인의 키스' 를 제일 먼저 읽고 싶다. 선정적인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든다. (또, 여러 번의 추천을 받았으나 여태 읽지 않았다는 것도 있다.) 마지막으로 책 선정에 도움을 준 분은 연세대학교에서 '제3세계 문학과 라틴아메리카' 를 강의하는 우석균 박사다. 수업계획서를 참고문헌 위주로 만들어서, 거기에 적힌 책만으로 감히 '필독서'를 만들 수 있었다. 고로, 여기에 있는 필독서의 선정 기준에 대한 모든 책임 역시 그 분에게 있을 것 같다. (?)

거미여인의 키스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민음사
('내맘대로' 읽고 싶은 책 1위에 선정된 거미여인의 키스)


* 필독목록
1. 파블로 네루다(칠레), <네루다 시선>, (정현종 역, 민음사)
                         <<인어와 술꾼들의 우화>>(솔, 김현균 역)
2.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아르헨티나), <픽션들> (민음사, 황병하 역) 중에서
  ㄱ) 단편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떼르띠우스"
  ㄴ) 단편 `남부`
  ㄷ) 단편  알렙 
3. 알레호 카르펜티에르(쿠바), <지상의 왕국> (김창민 역, 근간)
4. 후안 룰포(멕시코), <뻬드로 빠라모> (정창 역, 민음사)
5.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페루),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황보석 역, 문
학동네)
6. 마누엘 푸익(아르헨티나), <거미여인의 키스> (송병선 역, 민음사)
7.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칠레),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우석균 역, 민음사)
8. 이사벨 아옌데(칠레), <운명의 딸> (권미선 역, 민음사)
9. 산드라 시스네로스(라티노), <망고 스트리트> (권혁 역, 돋을새김)

* 참고서적
- http://www.latin21.com/ (국내 라틴아메리카 문학 관련 사이트)
- http://blog.naver.com/quena65 (네루다 관련 블로그)
- http://past.snu.ac.kr (서울대학교 역사와 기억 웹사이트)
- <라틴아메리카의 문학과 사회> (서성철 외, 까치)
- <환멸의 세계와 매혹의 언어> (손관수 외, 한국문화사)
- <마술적 사실주의> (우석균/박병규 외 번역, 한국문화사)
- <가르시아 마르케스> (송병선 편저,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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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BookToniC 2008. 9. 12. 22:12


체력육성 수업이 2주째 연이어 휴강을 했다. (참고로 개강한지 2주 되었다.)
뜻하지 않게 주어진 시간을 밥을 먹고, 도서관에서 몇몇 책들을 뒤적거리는데 썼다.

그 중의 하나가 이순신의 난중일기.

말 그대로 '일기' 이고, 박 모 장군님처럼 임진왜란과 이 분의 행적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라. 길게 붙잡고 있지는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몇 구절이 있어서 옮겨 놓았다. 원균에 대한 기록이다.

술을 두어 순 배 돌리자, 영남 우수사 원균이 나타나서 술을 함부로 마시고 못 할 말이 없으니, 배 안의 모든 장별들이 분개하지 않는 이가 없다. (계사년 5월 14일)

제사 음식을 대접하는데, 경상 우수사 원균이 술을 먹겠다고 하기에 조금 주었더니, 잔뜩 취해 망발하며 음흉하고도 도리에 어긋난 말을 하는 것이 해괴하기도 하다. (계사년 8월 26일)

맑다. 경상 우수사 원균이 오다. 음흉하고 간사한 말을 많이 내뱉으니 몹시도 해괴하다. (계사년 8월 28일)

술 열 잔을 마시니 취해 미친 말을 많이 하다. 우습다. (갑오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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