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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31 그러나 나는 안다는 것은.
  2. 2009.12.28 신문.
  3. 2009.12.28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러나 나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다는 것, 더구나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된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은,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때문에 여성주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편안할 수 없다. 다른 렌즈를 착용했을 때 눈의 이물감은 어쩔 수 없다. 여성주의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배 규범, 상식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지지해준다. 여성주의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의문을 갖게 하고,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머리 좋은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즐기는 사람은 고민하는 자를 능가하지 못하는 법이다. 여성주의는 우리를 고민하게 한다.

-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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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Pooongkyung 2009. 12. 28. 19:43


신문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그래,
다른 게 아니라,
딱히 누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말이 말 같지가 않아서다.

눈물이, 신뢰가, 자유가, 아무리 발화자가 다르다 한들,
이처럼 제멋대로 기만적으로 쓰이는 날들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처럼 소박하고 뜨거웠던 모국어에 비린내나는 날것의 겹이 덧씌워지는 것을,
무력하게 보고만 있자니 구역질이 난다. 

내가 고개를 들지 못하는 까닭은 책상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혀진 책이 하필이면 연세 한국어 사전이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다른 이유가 없다.

AND


이 밤엔 어쩐지 보고 싶은 이가 있어.

다들, 말이 없거나 적은 이들이었지.
가끔 그들이 하는 말은 듣는 것만으로 버거웠지만.
그들의 상처는 정당하고 또
슬퍼서 가슴이 아파서
함께 울 수 있어서
그래서 소중했던 이들을

보고 싶네 보고 싶다

슬픔이 자라 열매를 맺었는지
상처가 덮히고 또 덮혀 굳은살이 되었는지
아픈지 여전히 외로운지
그래서 당신은 그립지 않은지 내가 우리가

이유 없이 보고 싶은 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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