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하며 산다.

Pooongkyung 2010. 2. 25. 00:26

영리해진 아이와 함께 하는 밤은 서러워라

네 말 하나 틀린 것 없지만은
어쩌면 네 나이에 그처럼
틈 하나 없이 가득

채우고 있는지
창문도 없이 생살 그대로의
세상을

그래서 그 아이가 자라
다시
토해내는 세상은 그의 목소리는

아마도
오늘과 같겠지
빌어먹을 비루한 비열한
어제와 같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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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외로운 것
떨며 멈칫멈칫 물러서는 山빛에도
닿지 못하는 것
행여 안개라도 끼이면
길 떠나는 그를 아무도 막을 수 없지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외로운 것
오래 전에 울린 종소리처럼
돌아와 낡은 종각을 부수는 것
아무도 그를 타이를 수 없지
아무도 그에겐 고삐를 맬 수 없지

- 이성복, <남해 금산>,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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