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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5 1Q84.
  2. 2009.10.12 나쁘게 말하다.
  3. 2009.10.11 동아리 총회 참석 단상. 3

1Q84.

BookToniC 2009. 10. 15. 21:30

하루키의 글은 흡인력을 갖고 있다.

그것은 미덕이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다.
AND

나쁘게 말하다.

BookToniC 2009. 10. 12. 00:00


어둠 속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렸다.
어떤 그림자는 캄캄한 벽에 붙어 있었다.
눈치 챈 차량들이 서둘러 불을 껐다.
건물들마다 순식간에 문이 감겼다.
멈칫했다, 석유 냄새가 터졌다.
가늘고 길쭉한 금속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잎들이 흘끔거리며 굴러갔다.
손과 발이 빠르게 이동했다.
담뱃불이 반짝했다, 골목으로 들어오던 행인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나쁘게 말하다,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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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동아리 총회에 갔다.
정확히 말하면 뒷풀이었다.
연대 동문 근처의 술집은 낯익은 얼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보고 싶었다.
오늘의 외로움이 깊을 수록 지난 추억들에 깊이 빠져든다.
어쨌거나, 대학 때의 나는 외롭지 않았다.
부분적으로는 동아리에서의 경험이 나를 독방 안에 내버려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예쁘고 곱기만 하던지.
욕망들은 어쩌면 그렇게 같은 빛깔을 내던지.
나는 가볍고 점잖게 질식해 버렸다.

여기에서 용산이,
비정규직이, 박원순이, 배고픔이,
상처가, 눈물이, 외로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것들은 이미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쁘고 고운 것들이 용산을, 배고픔을, 외로움을,
안개 속으로 흩어버렸다.


기형도를 빌려 말하다.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빛을 보이고)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모이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 기형도, "나쁘게 말하다", <입속의 검은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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