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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가라앉아.

Pooongkyung 2014. 7. 12. 23:42


배가 가라앉아 물이 차오르고 있었고, 얼굴만 겨우 내놓을 손뼘만한 틈을 통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곳이 어디이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었고 허우적거리는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 내 팔을 꽉 붙들었고 나는 헉헉대며 울었다. 꿈이란 걸 알았지만, 꿈이란 걸 알아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어나 혼자 한참을 먹먹하게 울었다.


그 아이들은 먼 바다를 헤매다 서울을 찾고 기어이 시카고를 찾아와, 다시 내게 깃들고 다시 내가 되었다.

AND


나는 먼 곳이 되고 싶다


철로 위에 귀를 댄 채

먼 곳의 소리를 듣던 아이의 마음으로


더 먼 곳이 되기 위해선 무얼 해야 할까

꿈속이라면 아이가 될 수도 있다

악몽을 꾸게 될 수도 있다


몸이 자꾸 나침반 바늘처럼 떨리는 아이가 되어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까 봐 괴로워하면서

몸이 자꾸 깃발처럼 펄럭이는 아이가 되어

어리석은 사랑에 빠졌을까 봐 괴로워하면서


무녀리로 태어나 열흘을 살다 간

강아지의 마음으로

그 뭉근한 체온을 안고 무덤을 만들러 가는

아이였던 마음으로

꿈에서 깨게 될 것이다


울지 마, 울지 마

라며 찰싹찰싹 때리던 엄마가 실은

자기가 울고 싶어 그랬다는 걸

알아버린 아이가 될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은 여기에 와서

모르는 사람에게 손을 흔든다


꿈이라면 잠깐의 배웅이겠지만

불행히도 꿈은 아니라서 마중을 나온 채


그 자리에서 어른이 되어간다

마침내 무엇을 기다리는지 잊은 채로


지나가는 기차에 손을 흔들어주는

새까만 아이였던 마음으로

지금 나는 지나가는 기차가 되고 싶다


목적 없이고 손 흔들어주던 아이들은

어디에고 있다는 걸 알고 싶다


- 김소연, <수학자의 아침>, 문학과 지성사

AND



Just a little bit's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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