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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3 Hey Billy.
  2. 2011.06.22 없는게 메리트.
  3. 2011.06.21 어떻게 하면 좋으니, 이 유치함을.

Hey Billy.

MusicToniC 2011. 6. 23.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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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게 메리트.

MusicToniC 2011. 6. 22.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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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울을 떠나온 한상병은 다시 부대로 돌아온다. 부대 근처에는 몰개월이라는 사창가가 있지. 몰개월에는 그리고 미자라는 여자가 살고 있단다. 미자가 빗길에 엎어진 채 쓰러져 있던 것을 주인공이 구해 준 인연이 두 사람에게는 있다. 그녀들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 이른 사람들. 미자는 뜻밖에도 조신한 여자 노릇을 하며 한상병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그러나 한상병 쪽에서 그녀들은 그저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만도 못한 사람들이야. 그러나 그녀들은 인권을 유린당하고 코피가 터지게 남자들에게 맞으면서도 떠나가는 군인들을 위해 삶은 고구마와 김밥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가 월남으로 떠나는 한상병을 따라 트럭의 먼지 속을 달려와 하얀 손수건에 싼 것을 던져 넣는다. 풀어보니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잡한 오뚝이 한쌍. 미자로서는 아마 그렇게 살아 돌아오라는 사랑의 표시였겠지. 오뚝이처럼 쓰러져도 일어나라고 말이야. 어떻게 하면 좋으니, 이 유치함을.

나는 승선해서 손수건에 싼 것을 풀어 보았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오뚝이 한 쌍이었다. 그 무렵에는 아직 어렸던 모양이라 나는 그것을 남지나해 속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작전에 나가서 비로소 인생에는 유치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황석영, 몰개월의 새)

소설은 설명 없이 곧 끝나 버린다. 이 구절이 엄마와 엄마의 세대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너에게 다 설명할 말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구절을 읽고 나서 엄마는 모든 유치한 것을 경멸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가끔은 모든 유치함에 깃든 순진성에 경의를 표하기까지 했지.

창문을 덜컹이며 바람이 세어지는구나. 엄마 역시 가끔씩 엄마를 시달리게 만드는 삶의 편린들을 기억하고야 만다. 정거장들, 이별들 그리고 얼굴들과 불빛들.

위녕, 때로는 고난이,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이, 때로는 밑바닥이, 우리를 성숙시키고 풍요롭게 만드는 인생의 신비를 엄마는 이때부터 연습하듯 감지하기 시작했단다. 엄마가 좋아하는 로마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트레이너인 신이 당신을 최후의 승자로 만들기 위해 아주 어려운 상대와 연습게임을 하도록 한 거라고 생각하라고 말했다.

힘들지? 자유롭고 싶지? 그래 그러나 고통과 인내가 없는 자유의 길은 없단다. 감히, 단언하건데 그런 건 없어. 엄마가 오늘 너무 지당한 잔소리를 하고 있나?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비로소 엄마도 알게 되었는 걸. 인생에는 유치한 일도 없고, 거저 얻는 자유도 없고, 오직 모든 것은 제각기 고유한 가치가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구나.

엄마는 고유한 수영법을 배워서 수영을 해야 할 거 같아.

자, 오늘도 좋은 하루!

- 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오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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