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

Pooongkyung 2009. 12. 25. 08:28

제제,
이곳엔 여전히 너와 루이스를 위한 크리스마스는 없어.

아기 예수는 이제 영화관에서 큐피트 화살을 날리고
빕스에서 스테이크를 자르고
베스킨라빈스에서 목을 축이고
세종문화회관에서 노래를 부르고
밤이 오면 모텔 방에서 몸을 녹여

이 세상에 너와 루이스를 위한 나라는 없어
아기 예수와 우리는 함께 달력에서 크리스마스를 지웠어

미안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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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돌아오다.

BookToniC 2009. 12. 24. 23:24

 지루한 글이었다 진전 없는 반복, 한사람의 생 읽
어내느라 소모된 시간들, 나는 비로소 문장 속으로
스며서, 이 골목 저 골목을 흡흡, 냄새 맡고 때론 휘
젓고 다니며, 만져보고 안아보았다, 지루했지만 살을
핥는 문장들, 군데군데 마지막이라 믿었던 시작들,
전부가 중간 없는 시작과 마지막의 고리 같았다, 길
을 잃을 때까지 돌아다니도록 배려된 시간이, 너무
많았다, 자라나는 욕망을 죄는 압방붕대가 너무, 헐
거웠다, 그러나 이상하다, 너를 버리고 돌아와 나는
쓰고 있다, 손이 쉽고 머리가 맑다, 첫 페이지를 열
때 예감했던 두꺼운 책에 대한 무거움들, 딱딱한 뒷
표지를 덮고 나니 증발되고 있다, 숙면에서 깬 듯 육
체가 개운하다, 이상하다, 내가 가벼울 수 있을까,
무겁고 질긴 문장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김소연, <버리고 돌아오다>,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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