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만 살아야지.

오늘은 아팠는데,
한참을 누워서.

세월이 가면,
기억보다.
시간이 무거운 것이어서.

다 무너져 버리면,
그래서 무너진 기억 위에.
쌓여진 시간 속에서.

아파도,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맑은 날씨에 감사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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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적의 기억일까.

나는 길을 잃고,
낯선 골목을 헤매고 있었어.

그 때 어디선가,
개가 으르렁거리며 짖는 소리가 들렸다.
난 움찔했지.

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뛰었어.

한참을 뛰었어.
내 귀에선
그 소리가 왕왕거렸고.

난 익숙한
구멍가게를 지나
연탄재 쌓인 비탈길을 달려
좁고 냄새 나는 골목길을 엎어졌다가
다시
일어나

우리집 대문을 두들겼어.

탕탕탕.

난 누가 나올 때까지
두들겼지. 긁기도 했던 것 같아. 소리도 치면서.

탕탕탕.
문 열어 주세요.
드륵드륵.
탕탕탕.


탕탕.
탕.


난 알고 있었을거야, 아마.
엄마 아빠는 집에 없었어.
난 알고 있었어.

아무도 없지만,
집에는.
그리고 개조차,
나를 쫓아오지
않았겠지만.


난 울지도 않았어.
그저,

참을 수가 없었을 뿐야.
애초에 외로움 따윈 문제가 아니었어.

그만큼.
당연한 거였으니까.

팔이라도 휘적이고
다리라도 놀리고
소리라도 쳐야 한다고
생각했어.

굳어버릴까봐.
혼자인 건 애초에,
문제가 아니었어. 혼자인 건.


..
그 시절 좁고 기다란,
골목에는
왜 아무도 없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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