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나를 말한다

이처럼 사소한 원칙을 세우기 위해, 변방의 식민지는 오랜 세월을 상처 받고 위협당하고, 싸우고 다치고 다시 일어서야 했습니다. 페미니즘의 세련된 전략이자 목표가 여성의 언어에 의한 자기규정이듯이, 글쓴이는 '한겨레의 말에 의한 한겨레' 를 주장합니다.

이 책의 주장은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우리말은 외래어에 의해 오염되고 있고 이에 반해 농촌, 노동자, 입말은 비교적 오염이 적은 우리말에 가깝다는 거지요. 따라서 일상과 유리된 전문가들의 글말을 멀리 하고, 하는 말과 쓰는 글이 같은 말의 민주화 (입말) 을 이루자는 것입니다. 그런 전제 아래, 연변어, 한국 지식사회의 언어, 일본어, 한문, 영어 등 외래말과 권력, 상업어의 실제 쓰임을 하나씩 들어 비판/수정을 가합니다.

책이 곱지만은 않아요. 시대가 변한 만큼, 근대화만큼이나 지구화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된 만큼. 글쓴이의 주장을 비판없이 받아들일 수만은 없지요.

그러나 논쟁적인 책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정말이지 본질적인 문제제기 아닌가요.

내가 나를 규정할 때, 타자의 언어를 빌어서밖에 규정할 수 없다면. 서글픔을 넘어서 필연적인 불완전함을 수반하겠지요. 농민이 혁신, 아웃소싱, 인간자원으로 자신의 일을 완전히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듯이, 그리고 오해를 수반하듯이 말입니다.

책을 읽고 나니 글을 쓸 때, 꼭 한번쯤은 더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추천의 이유가 되겠네요. 누구에게나, 그 정도 넓이로 일상에 충격을 주는 책은 많지 않을테니까.


* 연결
Aladdin MyBook Review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1052030)

우리말 바로쓰기 1, 이오덕, 1992, 한길사
우리말 바로쓰기 2, 이오덕, 1992, 한길사
우리말 바로쓰기 3, 이오덕, 1995, 한길사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찾기 (http://www.korean.go.kr/06_new/dic/search_input.jsp)
- 네이버도 편하지만 '공인' 국립국어원은, 정말이지 훌륭합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복거일, 2003, 삼성경제연구소
- 영어공용화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복거일의 책은 본격적인, 그리고 여론화된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그리고 전 복거일과는 다른 맥락에서 (물론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공용화론에 찬성합니다. 조만간 공용화론에 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AND

1)

민식 : 예부터 자식에게 고기를 잡아주기 보다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하였나니- 내 너에게 따끈따끈한 낚싯대를 피자 배달보다 빨리 배달해주겠노라.

유나 : 고맙습니다, 아버지. 그런데 다시 낚싯대를 가져가시면 어떡해요.. _+


<아잉 그렇다고 목조르진 말아주길 부탁할께~>

<아잉 그렇다고 목조르진 말아주길 부탁할께~>


돈 빌리기가 어렵긴 어렵나 보다. 창업이나 자택구입처럼 단기간에 큰 돈이 필요한 일엔 트히 그렇다. (비유하자면 고기를 잡기 위한 낚싯대 같은 거다.) 은행에서는 담보를 요구한다. 경제학 용어로 screening 이라고 하는데, 원금상환율을 높이기 위해 신용도가 높은 대출자를 가려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대출자들이 적은 데 있다. 이런 때 민식씨가 광고하는 무담보 크레디트는 가뭄 난 논을 내달리는 소방차 같은 거였나 보다. 함께 뛰다 넘어지고 심지어 밟히기까지 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낚였다. Orz..


,
생각하면 이미 늦었다. 이런 업체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아쉬운 놈 돈 주고 더 돈 먹기. 연이율 66% 이상의 고이율에 다른 신용기관 대출까지 막힐 수 있다. 애써 잡은 고기에 낚싯대까지 챙겨 가는 형국이다.


그럼 누군가 넘겨주는 생선 대가리나 받아 먹고 있으라고?

<요 재미를 어찌 버려!>

<요 재미를 어찌 버려!>


아니다. 가난의 악순환을 끊어버린 기업이 여기 있다. 그렇다고 기업이 낚싯대를 넘기지는 않는다. 다만 천천히 가져간다. -당신이 충분한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그 때까지.


2)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라민 은행의 micro-credit의 핵심은 빌려준 돈의 회수가 아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우선 땅 없는 시골 사람들을 성별이 같은 오십 명의 그룹으로 만든 다음 다섯 명씩 소그룹으로 나눈다. 다섯 명으로 된 열 개의 그룹은 각각 정기적으로 만나며 은행 직원의 교육도 받는다. 그리고 각자의 사업 아이디어를 토론하기도 한다. 융자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다섯 명 소그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다음에 더 큰 그룹의 승인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당 분야 은행직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소그룹의 두 사람이 융자를 신청할 수 <있다.


처음 두 사람이 정기적으로 돈을 잘 갚을 경우 6주가 지나면 다음 두 사람이 자기들 몫의 융자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또 6주가 무사히 지나가면 마지막 한 사람도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융자에 대한 심사는 은행에서 하지 않는다. 은행은 이 일을 마을사람들에게 맡겨 버린다. 돈을 갚기 위해서는 서로의 성공에 의지해야 하기에 이 시스템은 잘 먹혀 들어간다.


놀라지 마시라. 그라민 은행은 불량은행이 아니다. 이 은행의 채무불이행률은 2.7퍼센트다. 97.3퍼센트는 제때에 상환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이 은행은 영업이익까지 냈다. 이 은행은 15천개 마을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며 8천명이라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50만 명에게 융자를 해주며 그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600만명의 빈민들에게 혜택을 준 그라민은행은 이제 2,185개 지점과 1 8,000여 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큰 규모로 성장했다.


3)

Loans to poor people without any financial security had appeared to be an impossible idea. From modest beginnings three decades ago.. (The Nobel Peace Prize for 200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크레이지 그라민 은행 혁명의 중심에는 그라민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가 있다. 유누스는 1976년 자신이 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국립은행에서 돈을 빌려 더 많은 빈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고 이것이 그라민 은행의 출발점이 되었다. 당시 (새삼스럽지도 않게) 냉소적이던 방글라데시 정부와 중앙은행은 1979년까지 유누스가 500여 가구에게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자, 뒤늦게 동참하기 시작했다.


은행 설립 당시 가난한 사람들은 사채업자들에게 매우 어려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제대로 갚았어요. 그런데 은행은 빌려주지 않았지요. 그래서 시험삼아 27달러로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줘 봤습니다. 빠짐없이 돌아왔습니다. 계속 대출금을 늘렸고, 그때마다 모두 돈을 갚았지요.


성공을 느껴본 적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상환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을 무기력한 존재로 여겼던 사람들이 존재의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유누스의 관심은 총체적인 빈민구제로 이어진다. 그라민 은행은 주1회 정기 모임을 의무화해 대출자들에게 경제적 도움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가난은 ‘돈’만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신의 이름조차 쓸 줄 몰랐던 대출자들이 글을 배우고, 사회에 눈을 뜬다.


어쩌면 좋은 (비싼) 낚싯대를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어려운 건,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일지 모른다. 낚싯대를 다시 가져가버려도, 나무를 깎고 줄을 달아 고기가 모이는 곳에 낚싯줄을 던지고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낚시 그 자체를 말이다.


4)

이미 유누스와 그라민 은행의 성공은 유누스의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전세계에 공인되었다. 한국에서도 사회연대은행, 신나는 은행이 그라민은행을 참고한 사업을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GRF, 프랑스에서는 ADIE, 미국에서는 ACCION BANK micro credit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걸 대세라 한다.


배고픈 당신, 이제 열심히 낚시를 배울 때다.



* 연결


Grameen Bank (
http://www.grameen-info.org)

- 신나는조합- 그라민은행 한국지부 (http://www.joyfulunion.or.kr/home/)

- 그라민 은행 16계명 ()

- 유누스 기사 모음

(http://www.bss.or.kr/web/?doc=bbs/gnuboard.php&bo_table=hear01&page=1&wr_id=186)


South Shore Bank (
http://www.sbk.com)

사회연대은행 (http://www.bss.or.kr/web/)

신나는 은행 (http://www.babsang.or.kr/)

Accion Bank (www.accionu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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