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큰타이거, 8:45 Heaven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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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으로서 여성에 대한 사회/문화의 억압을 기록한 책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가해자가 없을 수 없고, 사회문화적인 억압이라고 한들 그 직접적인 가해/행위자는 남성이다. 구분된 성별의 의미에서 하나의 남성으로서,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를 변호할 필요를 강하게 느끼곤 한다. ..그러나 사실 내가 남성 전체를 변호할 이유는 없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메리 파이퍼의 기록은 사실에 근거했고, 여성주의의 비판은 거의 정당하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누르고 거짓 자아를 만들고, 성적이며 문화적인 폭력을 감내하면서 살았던 (그리고 어쩌면 살고 있는) 여성들의 기록을 읽는 것이 어떻게 쉬운 일일 수 있을까. ‘내 딸이 여자가 될 때’ 역시 그런 책이었다. 읽는 내내 역시 불편하고 아팠다. 그들의 목소리를 인정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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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책을 읽는 보다 본질적인 맥락은 주체적 자아 형성이다.

저자는 거짓 자아와 주체적 자아의 구분을 통해, 청소년 발전시기에 있어서 자아 형성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 책을 통해 자아 형성에 필요한 몇 가지 과제를 도출할 수 있는데, 첫번째는 자아를 형성하는 과제에 있어서 거짓 자아와 자신의 잠재성에 귀를 기울인 진정한 자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거짓 자아는 무엇보다 타인의 욕망이 투사된 객체적 자아라는 특징을 가진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은 자신의 잠재성과 자연스러운 본성에 기인해야 한다.

두번째는 자아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세계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사회 관습과 문화는 사실 과거와 현재의 정치적 산물이다. 따라서 타인의 욕망이 투사되어 있고, 어떤 문화는 사실상 개인을 억압하고 제한한다. 따라서 개인은 자아 형성에 있어서 문화적 요소들을 고려하고, 부정적인 측면들은 선별하여 극복해야 한다.


이는 나아가 자신의 자아 형성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멀리 보면 자아 형성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의 문제이지만, 가까이는 나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가족과 친구에 대한 문제다. 자아는 필연적으로, 내 주변 타인들의 부분적인 반영이다. 그들의 정체성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 것처럼, 나의 정체성은 그들의 거울이 된다. 즉, 나의 긍정적인 자아는 메아리처럼 내 주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겸손한 심리 치료자가 상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의 귀를 기울이고 자아를 찾아가는 데 도움을 주듯 말이다.

* 연결
내 딸이 여자가 될 때, 메리 파이퍼, 1999, 문학동네

Reviving Ophelia: Saving the Selves of Adolescent Girls, Mary Pipher, 1994, Ballantine Books

George Herbert Mead, Wikipedia - I, Me. Generalized ohters. 사회학의 맥락에서 자아 논의를 심화시킨 학자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으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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