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동아리 총회에 갔다.
정확히 말하면 뒷풀이었다.
연대 동문 근처의 술집은 낯익은 얼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보고 싶었다.
오늘의 외로움이 깊을 수록 지난 추억들에 깊이 빠져든다.
어쨌거나, 대학 때의 나는 외롭지 않았다.
부분적으로는 동아리에서의 경험이 나를 독방 안에 내버려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예쁘고 곱기만 하던지.
욕망들은 어쩌면 그렇게 같은 빛깔을 내던지.
나는 가볍고 점잖게 질식해 버렸다.

여기에서 용산이,
비정규직이, 박원순이, 배고픔이,
상처가, 눈물이, 외로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것들은 이미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쁘고 고운 것들이 용산을, 배고픔을, 외로움을,
안개 속으로 흩어버렸다.


기형도를 빌려 말하다.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빛을 보이고)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모이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 기형도, "나쁘게 말하다", <입속의 검은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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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연극이 땡긴다.

10년 전의, 20년 전의 이야기를 조금 더 큰 무대에서, 조금 더 화려한 무대장치와, 조금 다른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통해, 조오금 더 비싼 가격에 팔아치우는 장단에 몸을 맞추기도 이제는 버겁다. 그곳에서는 물가상승률에 비례하여 공정하게 올라간다는 대학등록금 맛이 난다.

지금 막 땡기는 거,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분노를, 유혹을 먹고 잡다.


2009년 9월 4일(금) ~ 10월 11일(일)
평일 8시 / 토요일 4시30분,7시30분 / 일요일 5시 / 월 쉼
(10월 2~3일 5시, 10월 4일 공연 없음)  
  
주관: 창조아트센터
문의: 02)747-7001  
 

2009년 10월 6일(화) ~ 24일(토)
평일 오후8시 / 토요일 오후 4시, 7시 / 일요일 오후 3시, 6시 / 월 쉼  
 
원작: 마리보 (P. Maribaux)
연출: 임형택
주최: 극단 서울공장
주관: 문화기획 연(문의: 02-923-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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