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Pooongkyung 2011. 4. 30. 23:26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나는 그녀가 계속 스케이팅을 한다는 것과,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에도 여전히 보여줄 것이 더 남아 있다고 찾아 나선 용기와 의지,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그녀의 능력과 삶을 지지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감사하고 안심한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등수가 아니라, 이 아이가 짊어지고 있는 사회다. 스케이터가 스케이팅을 넘어서, 한 사회의 자존심을 대변하고 그 기대를 완벽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이념은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사회는 정작 그녀에게 무엇을 해왔고 해줄 수 있을 것인가. 오마주 투 코리아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그녀의 활발한 개성을 억누르는 느낌이었다. 지젤은 좋았다. 록산느, 세라자드, 죽음의 무도.. 좋았다.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대접받기 아주 오래전부터, 그녀는 그녀 스스로와의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게 나날이 성장하는 한 사람을 바라보고 응원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꼭 그 사람이 한국 사회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그저 매경기 매순간 자신과 대면하는 그녀를 보며 긴장하고, 그녀가 성취한 기적같은 탁월함에서 감동을 받을 뿐이다.

나는 진주 훈련소에서 2009년 세계선수권 대회의 그녀를 본 적이 있다. 오래된 대강당이었고, 여름인데다 훈련생 특유의 땀냄새와 지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일반학 교관이 마음을 써서 준비한 그녀의 쇼트프로그램이 쉬는 시간 약 7분 동안, 대강당에 비춰졌다. 등줄기가 오싹한 기분이 7분 내내 사라질 줄을 몰랐다. 잠깐 동안이지만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갔고,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고,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분명히 그 영상을 보고 있었을 누군가의 곁으로 나를 데려가 아주 잠시라도 함께 있게 해주었다.

그런 그녀에게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오늘 눈물을 훔쳐내는 그녀를 보며, 작은 바람이 하나 생긴 건 사실이다. 나는 그녀가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고, 과제에 시달리고, 수업도 째고 햇볕을 더 쬐고 햇살같은 사랑을 하고 서투른 20대 초반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녀 또래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녀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감사하고 염려하고, 지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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