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Pooongkyung 2011. 6. 20. 05:34

다시 익숙한 거리 어디쯤에서 길을 잃었다. 나의 꿈의 세계는 대개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자랐던 익숙한 전농 4동 골목길에서부터 시립대 정류장 앞까지의 길은 분명하고 뚜렷하게, 그리고 그곳을 벗어나서는 근거리의 기억과 원거리의 추억이 버무려져 알 수 없는 길들을 멋대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그 동네에서는 버스와 지하철이 정말 중요한 교통수단인데, 그것을 타고 움직이다 보면 대개 익숙한 길에서 시작해 낯선 거리에서 끝나곤 한다.

낯선 그 어느 거리에서 또다시 나는 버려졌다. 익숙한 거리로 돌아오는 길은 더할나위 없이 쓸쓸하고, 하필이면 같은 사람에게 거듭해서 버려졌다는 게 믿을 수 없어 기가 막혔다. 뭐라고라도 한마디 하고 싶어서, 내가 버려진 그곳을 그 사람이 남은 그곳을 다시 찾아가려고 재차 눈을 감았다. 쪽잠에 들때마다 나는 재수 좋게도 익숙한 거리로 그 버스 정류장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정류장 앞에서 튀김을 파는 500냥 분식 할머니는 아까도 꽤 아까도 지금도 분주히 손을 놀리지만, 나는 어느 버스를 타야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을지를 몰라 매번 허둥댔다. 내가 가려는 곳이 그곳인지조차 의심스러워 어느 버스는 흘려 보냈다. 그와중에 난생 처음 보는 3517번 버스를 타면 어디를 가려나 하고 궁금해 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 익숙한 거리 어디쯤에서 나는 또 길을 잃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