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 어머니.

Pooongkyung 2011. 9. 3. 21:48



(태일이가) 언젠가 환하고 좋은 세상이 올 수 있다고 했어요. 싸워주겠냐고 묻더라고. 내가 뭐라고 대답하겠어요. '내 말 안 들어주면 나중에 천국에서 엄마 만나도 안 볼 거야. 내 말 들어준다고 꼭 대답 해줘' 말을 할 때마다 (태일이의) 명치 부근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내 몸이 가루가 되도 끝까지 할 거다' 하니, 더 크게 대답하라고 하는 거야, 말을 할 때마다 피가 쏟아지고. 크게 대답하라하고, 또 피가 푹 쏟아지고, 그걸 보고 탁 쓰러졌지."
- (전태일 열사 36주기 기념 이소선 어머니 인터뷰 중)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아들의 유언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위해 분주한 걸음을 터지는 목소리를 한순간도 쉬지 않으셨던 그 분이, 시다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비정규직을 대학등록금을 걱정하셨던 한결같은 이소선 어머니가 오늘 아들의 곁으로 떠나셨다. 열사도, 1970년 11월 13일 캄캄한 평화시장으로부터 어머니가 이렇게 오랜 시간을 돌아 당신을 만나러 오실 줄은 몰랐을테지. 노동자들의 학생들의 모든 고통받는 이들의 고사리같이 오그라든 손에서 아들의 손을 보고 느끼고 만졌던 이소선 어머니는, 40년의 시간을 넘어 이제 영원히 늙지도 지치지도 흐릿해지지도 않는 아들의 뜨거운 손을 잡으시겠네. 쓸쓸했던 그 얼굴 깊게 패인 그 주름 활짝, 피고 모처럼 웃으시겠네. 아프게 아프게, 억압과 차별과 불의가 사랑이 있는 곳에 영원히 남으시겠네. 못내, 어머니 손 놓지 못하겠네. 부디, 이제 편히 잠드세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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