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흔이 제일 처음 뱉은 한마디는 엄마도 아빠도 아니었다고 한다. 바보라고 곧잘 놀림을 받던 어린 그녀는 어느 날 미끄럼틀에서 어떤 아인가가 등을 미는 바람에 데굴데굴 굴러서 미끄럼 받침대를 지나 흙밭에 고꾸라졌다고 했다. 지켜 보던 교사가 달려와 어린 자흔의 상처난 무릎을 만지려 했고, 그때 그녀는 두 눈 가득 눈물을 담은 채 분명한 말씨로 '너무 아파요' 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여수의 사랑, 한강, 1995


어쩐지 너무 아파요라고 하는 여자아이의,
선명한 영상이 떠올라 고개를 묻고 잠을 청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