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게.

Pooongkyung 2012. 4. 6. 19:39

씻다가, 문득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라 먹먹해졌다. 이 세상은 단정한 운율과 아름다운 시어로 채워져 있는 서정시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내 옆에서, 또는 내게서 일어나는 비겁하고 처참한 일들 앞에서, 진실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갈망은 커지기 마련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아름다움이, 더러운 현실을 만났을 때. 아름다움은 사뿐히 그 현실을 즈려밟는 대신, 망신창이가 된 현실을 꼭 껴안아야 하지 않을까. 아파도. 상식적인 윤리를 외면하는 학문과, 정치에게 찬물을 끼얹어야 한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로.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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