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Pooongkyung 2011. 5. 1. 21:19

내 마음에 발가벗은 외로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일이 입에 담기에도 버거운 어린 날의 기억들이 여전히 들개처럼 빈 들판을 헤맨다. 둥근 달이 뜨고 모래 바람이 부는 날에는 맨발에 까까머리 꼬마를 집어삼키고 온 산이 떠나갈 듯이 울부짖곤 한다. 나는 알고 있다. 쓸만한 창을 깎고 튼튼한 방패를 구했다. 나는 스스로를 힘껏 지켜내야 한다, 땀이 배인 손에서 창이 미끌어지는 순간, 방패가 조그만 틈이라도 허용하는 순간, 나는 머리를 잃고 손발을 잃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이제 알고 있다,
고 말하지 않겠다.

기실 나는 나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요 며칠간 마음에 일었던 풍랑은 내가 익히 알고 있던 범위를 넘어섰다. 때때로 넋나간듯이, 감정이 산을 부수고 강바닥을 뒤집는 것을 바라만 보아야 했다. 나는 내가 터하고 있는 내 마음이 그렇게 간단한 것도, 좁은 곳도, 대단한 것도, 쓸모 없는 것도, 무력한 것도 아닌 것을 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끝은, 생각보다 먼 곳에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있다. 

다시, 겸허해질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나는 이 아픔을 껴안겠다. 모질게 아픈 아이를 내 마음에 키우겠다. 어쩌면 이것이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프게 아프게 이 길을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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