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매달려.

Pooongkyung 2008. 9. 15. 09:44

외가에서 돌아오는 길은 달이 밝았다.

뒷자석에 비스듬히 누워 차창 너머로 걸려 있는 밤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옛기억들이 달빛 가득한 밤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감없이 천둥처럼 짖었던 개에게서 도망쳐
길고 긴 골목길을 돌아온 나 처음 살던 빨간문집은 굳게 닫혀 있었다.
누군가 손을 잡아줄 때까지 문 앞에 쭈그려 앉아 울던 다섯살의 기억.
오랫동안 길러준 이의 집을 허락을 받고서야 갈 수 있었고,
이유도 모른 채 용서해달라고 잘못했다고 빌었던 언젠가,
전동시장의 작은 칼국수 집에는 잔뜩 고명을 올린 그릇을 두고 한 여자가 울고 있었다.
나는 출구를 몰랐고, 증오를 배운 대신 체념을 배웠다.

달빛을 맞은 기억들은, 애처롭고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아빠, 여기를 좀 봐요.
아버지, 지구본을 사주세요.

지구본을 돌렸다가 멈추는 어디에선가 나도 멈추고 싶었다.
고향 없는 아이로 언제고 언제고 떠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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