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Pooongkyung 2011. 5. 12. 03:31

아침이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밝은 목소리였다. 두어마디 나누다가, 머뭇거리는 것 같아서 "너 아직 출근 안 했구나" "응. 엄마가 불러." 그리곤 그 사람은 '내가 나중에 전화 할께', 하고 끊었다. 그 사람 그대로여서, 황당하면서도 다행이라고 느꼈다. 생생해서, 눈을 뜨자마자 곤히 잠들어 있던 핸드폰을 더듬어 통화내역을 확인해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번 주말에 올라오냐는, 이틀 전에 받은 후배의 문자, 초파일 시간외 근무를 찍어달라던 실장의 전화가 최신이었다.

그렇게 눈을 뜨자 다시 잠이 들기 어려웠다. 불을 켜자, 방바닥에는 작년 여름 숙소에 개미떼처럼 창궐했던, 노래기가 꾸물거리며 기타 옆을 지나고 있었다. 어느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처럼 경고 없이, 일상처럼, 작고 꼬물거리며, 부끄러움 없이 내 앞에 나타날 계절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때마다 휴지를 풀어 지그시 눌러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들의 고향에 락스를 뿌리거나 소독약을 퍼붓거나, 군홧발로 짓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등장은 봄이 가고 여름이 찾아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그 계절을 봄처럼 맞이하는 수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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