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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04 내 딸이 여자가 될 때 2
  2. 2007.09.19 kent, socker, juna
  3. 2007.09.02 A Witch, Roddick! - (2) 1992년, 미국의 바디샵 - 위기와 극복 2



남성으로서 여성에 대한 사회/문화의 억압을 기록한 책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가해자가 없을 수 없고, 사회문화적인 억압이라고 한들 그 직접적인 가해/행위자는 남성이다. 구분된 성별의 의미에서 하나의 남성으로서,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를 변호할 필요를 강하게 느끼곤 한다. ..그러나 사실 내가 남성 전체를 변호할 이유는 없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메리 파이퍼의 기록은 사실에 근거했고, 여성주의의 비판은 거의 정당하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누르고 거짓 자아를 만들고, 성적이며 문화적인 폭력을 감내하면서 살았던 (그리고 어쩌면 살고 있는) 여성들의 기록을 읽는 것이 어떻게 쉬운 일일 수 있을까. ‘내 딸이 여자가 될 때’ 역시 그런 책이었다. 읽는 내내 역시 불편하고 아팠다. 그들의 목소리를 인정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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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책을 읽는 보다 본질적인 맥락은 주체적 자아 형성이다.

저자는 거짓 자아와 주체적 자아의 구분을 통해, 청소년 발전시기에 있어서 자아 형성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 책을 통해 자아 형성에 필요한 몇 가지 과제를 도출할 수 있는데, 첫번째는 자아를 형성하는 과제에 있어서 거짓 자아와 자신의 잠재성에 귀를 기울인 진정한 자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거짓 자아는 무엇보다 타인의 욕망이 투사된 객체적 자아라는 특징을 가진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은 자신의 잠재성과 자연스러운 본성에 기인해야 한다.

두번째는 자아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세계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사회 관습과 문화는 사실 과거와 현재의 정치적 산물이다. 따라서 타인의 욕망이 투사되어 있고, 어떤 문화는 사실상 개인을 억압하고 제한한다. 따라서 개인은 자아 형성에 있어서 문화적 요소들을 고려하고, 부정적인 측면들은 선별하여 극복해야 한다.


이는 나아가 자신의 자아 형성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멀리 보면 자아 형성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의 문제이지만, 가까이는 나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가족과 친구에 대한 문제다. 자아는 필연적으로, 내 주변 타인들의 부분적인 반영이다. 그들의 정체성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 것처럼, 나의 정체성은 그들의 거울이 된다. 즉, 나의 긍정적인 자아는 메아리처럼 내 주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겸손한 심리 치료자가 상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의 귀를 기울이고 자아를 찾아가는 데 도움을 주듯 말이다.

* 연결
내 딸이 여자가 될 때, 메리 파이퍼, 1999, 문학동네

Reviving Ophelia: Saving the Selves of Adolescent Girls, Mary Pipher, 1994, Ballantine Books

George Herbert Mead, Wikipedia - I, Me. Generalized ohters. 사회학의 맥락에서 자아 논의를 심화시킨 학자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으로 유명.

 

AND

kent, socker, juna

MusicToniC 2007. 9. 19. 22:03


kent, socker, juna


비가 오네.
난 지하 사무실.

ingen, ingen ingen hor.
AND

1984년 런던 주식시장에 상장된 바디샵은 승승장구 중이었다. 1976년 3월 영국의 조그만 시골 마을 브라이튼에서 시작한 녹색 간판의 화장품점이 제조에서 유통까지를 포괄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화장품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바디샵의 설립자인 아니타 로딕은 남편이 오랜 꿈을 찾아 말을 타고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고 있을 때, 두 아이의 엄마로써 생존을 위해 바디샵을 설립했다. 로고는 25파운드로 디자이너가 급조한 것이고, 화장품을 담은 용기는 병원에서 쓰는 소변 채취용 플라스틱 병으로 모든 용기 중 가장 싼 것이었다. 심지어 바디샵의 상징이 된 푸른색 페인트는 곰팡이와 가장 색깔이 흡사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채택된 것이었다. 사업에 관해서는 사탕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을 덜어 쓸 수 있는, 친환경소재의 화장품가게라는 간단한 아이디어가 전부였다. 이 모든 악조건 가운데, 어쨌든 로딕과 바디샵은 성공했다.

the bodyshop


1992년 로딕의 목표는 미국이었다. 88년에 미국 일부 지역에만 직영점을 운영하던 바디샵은 1992년에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점주를 모집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언론의 화려한 조명 속에 바디샵은 큰 수익을 얻었다. 미국 진출 1년 뒤인 1993년의 미국 시장 총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47% 증가한 4460만 달러였고 순이익만 190만 달러였다. 이에 고무된 로딕은 1990년대 말까지 미국 내 매장을 500개로 늘릴 계획을 세웠다. 그 해 가을에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전원도시 롤리에 바디샵의 미국 본사가 세워졌다. 로딕은 특유의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본사 옆에 대규모의 환경 친화적 공장도 함께 세웠다. 

그러나 아메리카 드림의 붕괴는 순식간이었다.

미국시장의 가격경쟁은 심했고, 2년만에 500개에 이르는 바디샵의 유사브랜드와 상품이 시장에 나왔다. 바디샵의 광고는 미국인들에게 지나치게 도발적이었다. 그 결과 1994년 적자는 끔찍한 수준이었다. 바디샵의 주식은 물론, 거의 모든 프랜차이즈점의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했다. 프랜차이즈점주들은 1994년의 바디샵이 있게 한 윤리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불평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바디샵의 주가 테러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 ‘디스페치즈 사건’도 이 때 일어났다. 디스페치즈는 위선적인 바디샵에 대한 한 미국 방송사의 기획 취재였다. 로딕은 곧바로 취재의 모든 내용이 거짓임을 주장했고, 법정에서 취재 내용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판결과 금전적 보상을 얻어냈지만 손해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바디샵의 붕괴는 마케팅이나 언론의 공격 때문만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비대해진 조직과 운영에 원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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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로딕이 저지른 가장 끔찍한 실수는 미국 내 프랜차이즈 점장을 비즈니스 마인드가 없는, 순수한 운동가들로 채운 것이었다. 그들은 기업가적 역량은 물론, 관리자의 능력도 형편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고용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자신이 환경운동가이자 교사, 사회운동가였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점 사업을 시작한 첫해에 우리를 찾아온 사람들 중에서 손익계산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 다. 로딕은 자신의 실수를 시인했다. 로딕이 아니었다면 꿈도 못꿀 일이었다. 

챈들러는 기업의 분산적인 관리구조를 창조적 혁신으로 묘사한다. 기업의 관리구조는 크게 네 가지 시기로 나눠지는데, 우선 대기업들은 공격적인 팽창에 재능이 있는 기업가들에 의해 설립된다. 그 다음에 대기업들은 자원과 시설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세 번째 시기에 대기업들은 신제품 개발이나 새로운 시장 진출을 통해 성장을 계속한다. 마지막 시기에는 분산적 관리구조를 도입하고 가용자원 사용의 방법을 합리화한다. 합리화는 불연속적이지만 정규적인 현상이다. 적어도 두 번째 단계에서부터는 소유권과 분리된 전문 경영인들을 최고 경영진으로 영입하는 것이다. 

1994년의 위기를 맞아, 바디샵과 로딕에게 새로운 관리체계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기존의 바디샵은 다국적기업으로서의 주식회사였고 이사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딕의 리더십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바디샵의 1994년의 위기를 토대로 그동안 불만이 누적되었던 전문 경영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이 시기의 바디샵은 두 가지 경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나는 다국적기업으로서의 전문경영 관리체계를 갖춘 조직정비다. 이 경로는 사실 다국적 기업으로서 바디샵이 90년대부터 꾸준히 추진해오던 것이었다. 이 방법은 고용된 컨설팅 그룹과 전문 경영인이 추진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로딕의 기업가적 역량이었다. 로딕의 기업가적 역량은 사회운동가적이며, 창의적이었다. 로딕은 바디샵의 DNA,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로딕은 바디샵에 대한 강력한 소유욕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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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딕에게

“기업은 자기 자식이나 다름없다. 자식을 낳아서 기르고 결혼시켜 자기 나름대로의 인생을 살아가게 만들지만, 자식은 어디까지나 내 자식이다. ”
 
(계속)









* 이 글은 Nexters 출판 프로젝트팀 juna 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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