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소설첩.

BookToniC 2008. 10. 21. 14:15

 



환상소설첩
- 6점
윤대녕 외 지음, 방민호 엮음/향연

화단은 상기 모네의 붓질처럼 시시각각으로 색깔이 변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에는 옆에 앉아 있던 아버지가 화답이라도 하듯 중얼거렸다.

"어, 저기 내 귀가 지나가네."

그 말에 언뜻 놀라 화단을 쏘아보니 발마 한자락이 슬쩍 화단머리를 핥고 지나가고 있었다.

"나원 참, 꽃들이 귀가 멍멍해."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이 기묘한 화답은 조금 더 계속됐다.

"신발 신고 가우?"
"맨발에 짚신을 머리에 옂는걸."
"고봐요. 큰애 낳고 안 사준 신발이니 여태 맨발이지. 요새 누가 짚신 신어요, 그냥 들고 다니다 팔 떨어져서 머리에 옂지."
"그럼 당신도 방금 저기 지나갔나?"
"내가 먼저 갔더이다."
"하면 어디 좋은 데로 갔나?"
"조금 더 여기 등 뒤에 누워 있다우."

- 윤대녕, "빛의 걸음걸이",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생각의 나무


죽을 날을 앞둔 어미와, 그것을 현실을 비껴서나마 인정하려 하는 아비의 대화다. 아. 윤대녕이 이렇게 탐미적인 작가였던가. 빛의 걸음걸이에서 윤대녕은 죽어 있는 이의 현실과 살아 있는 이의 환상을 넘나든다. 떠나는 이들과 다가오는 이들을 한 데 어울리게 하는 글빨을 타고. 아름다웠다.
AND

번지점프를 하다,

MusicToniC 2008. 10. 13. 01:09




처음 봤을 때도 익숙한 느낌이더니,
다시 봐도 또 그러네..

언제까지 그러려고?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