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BookToniC 2008. 10. 27. 17:24

 어느 날, 조용히, 아무 예고도 없이 그녀가 말했다. "나 좀 안아 줄래요?" 그는 물론 그녀를 안았다. 그는 자기 몸이 빈틈 없이 여자의 몸에 맞도록 두 팔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머리카락, 눈꺼풀, 코에 입맞춤하면서. 그리고 물었다. "뭐 잘못된 일이라도 생겼어? 무슨 걱정거리라도?"
 그녀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의 팔은 남자를 꼬옥, 아주 꼬옥 끌어안고 있었다.
 여러 해 전 그에게 짜준 털 스웨터의 까칠한 포근함을 뺨으로 느끼면서. 그들이 마악 사랑을 시작했던 그 애인 시절에.
 몇 분이 지났다. 이상도 해라. 그는 그녀가 떨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깊은 땅 밑의 떨림 같은 것이었다. 그는 다시 물었다. "차 사고라도 있었어?" 그리고 다시, "누가 당신을 위협했어?" 그리고 다시, "왜 그래?"
 그녀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를 더 꼬옥 붙들었다.
 그는 숨쉬기가 어려워졌다. 마치 위험 앞에 섰을 때처럼 그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여보, 나 당신 사랑해. 무슨 일이지?"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게 살며시, 아주 조금만, 그녀의 몸을 밀어내 보려고 했다.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를 단단히, 단단히,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그냥 안고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를 들릴락말락한 것이어서 그는 그 말소리를 들었다기보다는 몸으로 느꼈다.
 "그래, 그래. 그런데 왜 그러지?"
 이 포옹을 그는 몇 분이나 계속할 수 있을까? 오분? 십분? 60분? 1천분? 그는 용기있게 말했다. "음. 나 여기 있어, 여기."
 밖에는 생각지도 않던 비가 창문을 두드렸다. 아니, 비가 아니라 햇살이었을까? 그 갑작스런 눈부심은?

- 조이스 캐롤 오츠,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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