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찢지 마!" 

소리치며 앞으로 뛰쳐나간 것은 손승호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손승호는 벌렁 뒤로 나자빠졌다.
백남식이 내뻗은 주먹에 정통으로 얼굴을 얻어맞은 것이었다. 

"이 새끼가 어디로 덤벼들어, 덤벼들길. 어디 또 덤벼봐라. 대갈통을 박살내놓고 말 테니까." 

질긴 힘이 모아진 작은 입으로 느릿느릿 말을 하며
백남식은 많은 사람들의 도장이 찍힌 여러 장의 종이를 갈기갈기 찢고 있었다.

종이쪽들은 높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삐라들처럼 아래로 흩어져 날리고 있었다.



태백산맥을 읽으며 공백을 채워넣고 있다.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입에 올리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양지를 따라가는 사람들은 쉽다.
내게 무엇이 이익인지만 알면 되니까.

대부분의 삶은 어렵다.
그들이 무엇을 몰라서가 아니라,
아는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맞고 또 맞아가면서도 결코 납득하지 못한다.
왜 상식대로 되지 않을까. 워쪄 이게 말이나 될랑가, 하고.

그들이 납득하는 순간이 올까.
그들은 납득할 수 있을까.

다시,
납득하는 그 날에 이 곳이
살만하다,고
할 만할까.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