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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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비오는 날은,
무력하다. 나름 리듬은 있지만,
안단테로 끊기지 않는 재즈처럼.
결국엔 나를 나무의자로 만들고,
아무도 오지 않는
아무 곳에나 내동댕이쳐 놓곤 한다.
나는 내가 아니라 정물이 되는 것이다.

물기가 손에 걸리자
에어컨을 켰다. 그리고 겨울옷을 껴입는다.
여름에,
추워서 겨울옷을 입고,
책상에 팔을 베고 잠이 든다.
이럴 때면 책상이 된다.

가만히,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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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을 바라보는 여유라도 있었다면
한 층 좋았을 것이다.

비오는 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복잡한 마음길 머릿길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여느때와 다르게,
비오는 날에는,
뚜렷이 느린 나를 느낄 수 있다.

흠뻑 젖어서 한 발을 떼어놓으면,
척척 차가운 옷감이 감기는.

나는 결국엔 멈춰 서서,
내가 정물과 다름이 없음을 생각한다.
마음은 펄쩍이고 폴짝이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터무니없이 날기도 하지만.
그러나 결국에는 같은 자리임을,
그래서 정물과 다름 없음을.

빗 속에서 확인하곤 한다.

8살 때도, 13살 때도.
17살 때도, 19살 때도.
그리고 오늘, 22살 때도

언제나 나는 빗길에 멈춰서
벽이나
의자나
책상이나
가로등이 되곤 했다.

박제되곤 했다.
비가 오면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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