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_1118

Founding NextUs 2007. 11. 18. 11:41
[보고 싶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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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 쯤부터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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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ers (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 다음 사람들) 라는, 조금은 부담스런 이름을 가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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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년 전, 11 10일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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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얼굴, 어쩌다가 중간에 익숙한 얼굴이 작은 방에 모여 앉아 있었다. 모두의 앞에 "대안기업가 프로젝트 첫번째 미팅" 이라는 제목의 A4용지 한 장, 빈자리가 많은 조금은 허전한 종이엔 이런 질문들이 담겨 있었다. "그대는 누구? 왜 여기 있나요?" "우리의 대안은 무엇에 대한 대안일까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성공을 꿈꾸나요
?"

, 그땐 정말 얼마나 어색했는지 몰라. 그리고 얼마나 서툴렀는지.. 사회적 기업이란 막연히 돈도 벌면서 사회적 가치도 실현하는 '좋은 기업' 정도의 컨셉만 갖고 있던 어린 (?) 나는, 그저 아담한 방의 넉넉한 분위기와 옆에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취해 마냥 웃고 떠들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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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 있는가, 란 질문에 조그맣게 "그냥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어요." 라고 말해버렸다. 기억하고 있을까, 그대들은? 난 그 날, 그대들과 나의 허무맹랑한 이야기와 호언장담, 조심스러운 기대가 빼곡히 적힌, '조금은 허전했던' 종이를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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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년이 지났다. 애초에 지도교수도 없이, 자본금도 없이 겁 없는 대학생들끼리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다'는 컨셉 하나로만 시작한 프로젝트가 쉬웠을 리 없다. 우리의 이름을 만드는 데도,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서를 만드는 데도,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데도, 사무실을 얻는 것도 정말 하나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면 익숙한 얼굴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얼굴이 옆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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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조그만 성과도 있었다. 사회의 지원을 받아 빈곤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을 찾아 인도로 떠날 수 있었다. 2주 가까운 시간 동안, 자주 의심하고 때론 기대하기도 했던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기업가를 만났다. 어떤 이의 눈은 맑았고, 이윤과 가치가 이율배반이 아님을 이론적 설명이 아니라 기업활동 자체로 보여줬다. 어떤 이들은 빈곤의 현장을 철저하게 시장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들의 빈곤이라는 문제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고 있었다. 돌아온 한국에서는 인도 탐방의 경험을 엮은 탐방기 출간이 계획되어 있었다. 조금씩, 성과가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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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금이다. 그 동안 프로젝트의 둥지였던 연세 벤처 센터에서 나가게 되었고, 새로운 둥지를 찾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런칭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다음' 이 나오지 않는다. 학회인지, 벤처 설립인지 아직도 불분명하다. 고질적인 '사람 없음' 의 문제는 여전하다. 실제로 활동하는 멤버는 다섯 명, 그 중에 셋은 탐방기 원고를 쓰느라 정신이 없다. 사람이, 함께 할 사람이, 그리고 실험을 계속할 의지도 점점 희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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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을 이야기하기가, 고민을 나누기가, 새로운 실험을 하기가 두렵다. 요즘 들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프로젝트 시작때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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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준수다를 가만히 듣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IT
업계에 독특하고 가치있는 예외를 만들어내는 그의 '수다' 를 듣고 있자니,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또 웃으며 가슴이 따듯해지는 나를 보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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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터스라는 프로젝트, 우리의 실험은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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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나, 미션이나, 가치사슬 그런 것의 문제가 아니라
,
이야기의 부재 때문에, 위기다.

김대현강정석이 잘 지적했듯이, 박정희식 1.0 패러다임에 묶여 있는 '실험' 이라면 문제다. 인도 탐방을 준비할 때에도 끊임없이 프로젝트를 위협했던 것은, 아니 정확히 프로젝트 구성원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것은 성과주의였다. 눈에 보이는 성과,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 우리는 우리에게 펀딩한 출판사와 재단과의 계약관계에 따른 의무와 책임 안에서 심히 '압박스럽게' 화동했다. 지극히 '기업적인' 방식이었는데, 이것의 장점은 어쨌든 성과는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나왔다 그러나 그 다음은?

그 다음엔, 지쳐버렸다. 말 그대로 지쳐버린 것이다. 재미있는 실험, 허무맹랑한 이야기, 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사라진 것이다. 어떻게하면 다음 성과, 다다음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가 유일한 토픽이 되어버린 모임 자리는 우울하다. 재미가 없다. 이건 기술이나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움직일 힘, 상상할 힘, 실현할 힘의 원천 (resorce) 자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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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멈추는 순간,
프로젝트도 함께 멈춘다.

김창준 '수다'가 가슴을 때렸던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가 정말 즐거워 보여서. 그와 함께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그치지 않는 것 같아서, 않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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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게시판에서 팔코니 (8con) 의 글을 읽었다. 일종의 출사표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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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벤처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젊은 세대를 탓해야 하는게 아니다. 애초에 죽어버린 실험을 되찾아야 한다. 죽어버린 실험을 되 살려야 할 시기다. 죽어버린 실험을 생태계 공간으로 다시 되돌려 놓는 일. 그것이 진정 필요한 것 아닐까
.

실험을 되살려 놓는 일을 하고자 한다. 쉽지 않은 일이 되겠지만
. (팔코니 출사표 중)
"

짜식이 가끔씩 감동 같은 걸 준다
. (기특하다ㅋ)

나도 여전히 실험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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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네 이야기를 듣고 싶고,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넥스터스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던 이야기는 내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머리 속에 있던 생각이 현실에 부딛쳤을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는 그전까지는 몰랐다. 그때까지 없던, 새로운 모임을 만드는게 이렇게 어렵고, 기약 없는 일인줄 몰랐다. 동시에, 그만큼 소중한 일이라는 것도 역시 몰랐다. 성과주의 속에 덮힌, 허무맹랑하고 긴장되고 조심스럽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그치고 싶지 않다. 은유로서의 웹 2.0. 을 조직의 세계로, 대학 사회로 끌어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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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

그래서 보고 싶다. 함께할 사람이 보고 싶다. 여전히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막무가내로 뛰어들게 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만들어갈 그 사람을 보고 싶다. 기업을 세워도 좋고, 학회를 만들어도 좋고, 포럼을 해도 좋다. 재미있게 실험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성과가 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이야기가 끊기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겼다면, 그래서 넥스터스 안에서 함께 이야기할 누군가가 있다면.
넥스터스가 아니더라도 실험을 할 용기가, 이야기를 포기 하지 않을 마음이 남았다면.

그야말로 우왕ㅋ굳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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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왕짱 좋아할 거다.

보고 싶다.



* 이 글은 새로운 인터넷 학습생태계를 모색하는 연세대학교 지식정보사회 수업에서 놀고 있는 넥스터스 juna 가 쓴 글입니다.

* 같은 내용의 글이 nexters.org 블로그의 FAQ, "넥스터스에 지원하기 위한 자격"이라는 글로 올라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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