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 문태준, 그늘의 발달,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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