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소설을 읽는다.

[네트워크 사회]나,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이론] 따위의 사회과학서가 일상을 채우고,
가끔 있는 여백의 시간에 소설이나 시를 집곤 한다.

정말, 아주아주, 가끔, 소설을 읽기 때문에, 소설을 '골라' 읽는 편이다.
일간지 주말 북섹션을 참고하기도 하지만, 제목을 금방 잃어버려서 별로 도움은 되지 못했고,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것은 도서관 400번대 서가에 꽃혀 있는 문학평론집이다.

문학평론집은 대부분 2년 정도 지난 '최신' 글들을 다루고 있으며,
짐짓 준엄하고, 진지하고, 잰 체한다. (동어반복인가?)

아무튼 그들의 문장은 재미있게 보이려고 하든, 치열하게 보이려고 하든,
한 편 당 꼭 둘 이상의 현대 고전들을 추천하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의 흉내를 내려 했으나 실패" 했다는 둥,
"~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둥.

어쨌든 평론과정에서 이 시대의 평론가'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책/저자들은 꼭 언급되기 때문에,
그런 책들을 읽어서는 거의 실패가 없다. 여기서 실패가 없다는 말은,
최소한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는 거다. 부슬거리든, 끈적이든, 퀴퀴하든, 생생하든,
어쨌든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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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장정일을 읽었다고.

잡설이 너무 길었는데,
책은 설익은 듯 하지만 유쾌하고, 발랄하며, 그래서 날 것의 냄새가 난다.

좋았다.

이 글을 음란물로 판정했던 법원은 저 혼자 진지하게 줄 치며 읽었거나,
그래서 판금시켜놓고 자기들만 봐야겠다고 생각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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