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동차들이 달리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차들이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없다. 쉽게 사냥감이나 희생물이 되는 것이다. 길쭉하고 번쩍거리는 본네트와 검게 착색한 유리창을 가진 자동차들이 속도를 줄이며 보도 쪽으로 바싹 붙어 달린다. 그러다가 차창이 내려가면서 팔이 밖으로 나와 우리를 움켜쥐고 안으로 잡아챈다.

반대로 차들이 달려오는 쪽으로 걸어가면, 우리는 미친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들은 견고한 차체 안에서, 어두운 차창 뒤에서 우리를 두려워한다. 그들 쪽에서 비켜가야 하므로, 우리를 어쩌지 못한다. 분명 그들은 경적을 울려댈 것이고 늑대처럼 소리를 질러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울어가는 햇살을 얼굴에 받으며 걷는다. 햇살이 어깨와 머리 위로 내려앉을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르 클레지오, 황금 물고기 (Poisson dor),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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