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명령은 맨 처음 어떤 선생님이 그 말을 따라할 것을 요구했을 때부터 내 혀에 재의 맛을 남겼다. 나는 나 자신을 알았다. 너무 잘 알았다. 그리고 내가 아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역시 여기에도 단서를 달아야겠다. 내가 싫어한 것이 나라는 사람, 그러니까 독특하고 핵심적인 나였던 것은 아니다. 물론 나도 핵심적이고 독특한 자아라는 개념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내가 싫어한 것은 나의 출생과 성장이 개성 대신 나에게 부여한 정서, 경향, 수용한 관념, 계급적 집착 등의 덩어리였다.
- 존 반빌.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랜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