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우주.

BookToniC 2011. 7. 15. 12:16

고개를 든 것뿐인데
보면 안 되는 거울을 본 것일까

고통스레 관계를 맺은 기억들,
기억의 매혹들이
마지막인 것처럼 몰려오고 있다
이제 쓰거운 것이 돼버린 파문들을
단숨에 먹어치우고 끝내버리자는 것일까

하나의 지구를 녹이고
또 하나의 지구를 바꾸게 되었다
기억하고 있다면 기억하지 말라는 듯
우주는 새들을 풀어놓았다
무엇으로 다시 천지를 물들일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한 듯

소멸하지 않는 기억의 우주를
쌓이고 쌓이는 외부의 내부를
어쩌자고 여기까지 몰고 와서는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해를 보면 어두워지는
달을 보면 환해지는 기억들은
왜 적막하게 떠돌지 못하고
우주에 스미는 것일까

- 이병률, 찬란,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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