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이 했던 약조가 생각났다. 영주의 이름을 막 떠올리려는 찰나 별안간 이름이 기억에서 사라졌다.

 이름이 혀끝에서 맴돌고 있었으나 도저히 기억해낼 수 없었다. 이름은 그녀의 입술 주변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아주 가까운 데 있었고, 느껴지는데도, 그녀는 이름을 붙잡아서, 다시 입속에 밀어넣고, 발음할 수가 없었다.

 

- 파스칼 키냐르/송의경 옮김,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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