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은 항상 무방비 상태다. 모든 음모가 등 뒤에서 벌어지지만 우리는 정면에서 벌어지는 싸움에만 대비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고대의 무사들은 상처가 앞에만 있고 등에는 없는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이는 전투에서 한번도 등을 돌리고 도망한 적이 없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파엘로 조바뇰리 (Raffaello Giovagnoli) 의 묘사에 따르면, 노예를 이끌고 봉기를 일으킨 영웅 스파르타쿠스는 로마인과의 결전에서 등 뒤에 창을 맞고 죽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열 발자국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일고여덟개의 창이 날아와 일제히 그의 등에 명중했다. 그 순간 그는 바닥으로 엎어졌다.

나에게 영웅의 죽음을 그려보라고 한다면 역시 등 뒤에 창이 꽂혀 죽는 장면을 택할 것이다. 인간이 이 세상을 사는 것은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므로 전신에 갑옷을 두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부심과 우호를 나타내는 부위 정도는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가장 영광스러운 죽음은 음모에 휘말려 죽는 것, 특히 배후의 기습으로 인해 죽는 것이다. 그것은 당신의 적이 당신을 대적할 용기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샤오춘레이,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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