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端

BookToniC 2010. 2. 9. 19:37

- 모든 신성은 찬양된 그 순간이
  신성모독이다

그러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나는 부정한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자들의 몫이므로

아침은 언제나 역사적 사건이었다
제때에 퇴장할 줄 아는
어둠의 페어플레이가 돋보이고
참새의 사소한 연설이 웅장하며
마당 가득 덮어놓은
이슬의 함성이 우렁차기에
신문을 덮고 창문을 여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불행은
내가 생각해 온 행복이란 단어와 동의어였다

대하소설은 이제 끝났다
그것은 모든 어머니들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질긴 지붕이었다

모든 딸들은 저 아득한 서사구조의 끄트머리에
뾰족한 고드름처럼 얼어 있고
지금 봄볕은 똑, 또옥, 똑, 얼음을 녹이며
물방울 종족을 낙하시키고 있다

- 김소연,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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