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그래,
다른 게 아니라,
딱히 누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말이 말 같지가 않아서다.
눈물이, 신뢰가, 자유가, 아무리 발화자가 다르다 한들,
이처럼 제멋대로 기만적으로 쓰이는 날들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처럼 소박하고 뜨거웠던 모국어에 비린내나는 날것의 겹이 덧씌워지는 것을,
무력하게 보고만 있자니 구역질이 난다.
내가 고개를 들지 못하는 까닭은 책상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혀진 책이 하필이면 연세 한국어 사전이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다른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