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설계와 성인발달] 이란 수업이 있었다. 심리학 학부전공 수업이었는데, 동글동글 황상민 교수님이 자기 연구실 박사들과 의기투합하여 만든 실험적인 수업이었다. 학기의 반은 발달심리학 이론을 공부하고, 학기의 나머지 반은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한' 인생의 선배들을 모시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는 식이었는데, 전반기나 후반기나 과제 수준이 만만치 않았다. 단순히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 생애발달의 어떤 시기들을 지나왔는지, 때때로 찾아오는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강의 전에 미리 꼼꼼하게 분석하고 또 실제 강의가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했기 때문이다.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 AC닐슨 신은희 대표, SM 엔터 정찬환 이사 등이 이 수업을 찾았던 인생 선배들이었다.
박새별씨는 그 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학기 내내 앞자리에 앉아 교수님에게건 연사에게건 질문을 쏟아내던 모습을 기억한다. 수업 특성상 자기고백적인 이야기를 피할 수 없었는데, 조금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그 때 그녀의 고민은,
가수로 살아갈 수 있을까였던 것 같다. 가끔 기성 가수(아마도 루시드폴이었던 것 같다.)의 공연에 피아노 세션으로 참여하곤 하며, 자기는 음악이 너무 좋고 즐거운데, 그 길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재능을 아끼는 선배의 도움으로 음반을 준비하고 있는데, 연습할 때마다 부족함을 느낀다고. 두렵다고. 그 때 나는,
막 인도에서 돌아와 아름다운 거짓말 원고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책을 쓰고 싶다고 어렴풋이 생각해 왔었는데, 막상 쓰다보니 생각보다 고역이었다. 필진들을 독려해 짜내고 짜낸 원고를 기껏 가져가면, 출판사 대표는 그 원고를 대학생 레포트 보듯 쉽게 넘겼다. 그러면 그 원고를 주섬주섬 챙겨 갖고 돌아와, 이리저리 굴려도 보고 세워도 봤다. 처음부터 다시, 그리고 또 다시. 분명히 나아지고 있는 게 느껴지긴 했는데, 그게 즐겁지만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모자랐다.
그 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좋아하면서 살고 싶다고 하는 그 사람이, 어떤 날은 무척 반짝반짝거렸다. 앞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그의 곁에 남고 싶다고.
2007년의 일이다.
그리고 2011년의 그 사람은 노래한다. 어딘지 모르게, 고맙다.